박 유 인
인제경찰서 기린파출소 경위

아이를 둔 부모라면 거리를 지나다니다 위험했던 순간에 가슴을 쓸어내린 기억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잠시 한눈 판 사이 도로를 향해 달려가거나 차가 오는 데도 비켜서지 않는 아이들, 다시 생각하기도 싫은 아찔한 기억들이다.

이런 아이들의 행동에 부모들의 반응은 한결 같다. “왜 엄마 말을 안들어?”, “큰일 날 뻔 했잖아!” 아이들을 꾸짖기에 급급한 부모들, 아이들 눈에는 그저 커다란 장난감들이 움직이는 만화속 세상처럼 보이진 않았을까?

사랑스런 우리의 아이들을 도로교통 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지켜낼 순 없을까? 이에 어느 단체에서 어린이 교통안전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한, 어린이의 시야각을 이해하기 위한 시도로, 영유아들이 교통안전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을 착안해, 그들의 부모님들을 직접 섭외해 특별한 테스트를 진행했다.

엄마들은 숫자가 적힌 강아지를 찾고, 아빠들은 날아오는 축구공을 받도록 미션을 주었다. 예상대로 미션 수행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으나 어린이 시야각 안경을 쓰고 동일한 테스트를 하자 그 결과는 현저히 다른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부모들은 한결같이 시야각이 좁아진 안경만 썼을 뿐인데 상황대처 능력도 낮아진 것이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이렇게 시야가 좁았나요?“, 앞으로는 어른 입장에서만 아이들에게 얘기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전문기관에 따르면, 어린이들의 시야각은 약 90도로 성인의 60%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또 키가 작아 시야가 낮기 때문에 어른에 비해 교통상황을 바로 보고 이해하기도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태껏 어른의 관점에서 판단하고 어린이들이 그대로 따라주기만을 기대하지는 않았을까?, 어린이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 우리 아이들 교통안전의 새로운 출발점이다. 아린이들이 마음놓고 다닐 수 있는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른의 시각으로 어린이들을 바라봐선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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