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해 영
춘천서 서부지구대 순경

얼마 전 한 대학교에서 재학생들이 예비 신입생들에게 SNS상에서 인사를 하도록 하면서 본인의 학번과 이름을 밝히고 극존칭을 쓸 것, 메시지에 애교 섞인 표시를 하거나 이모티콘을 쓰지 말고 문장을 짧게 보내지 말 것, 선배 이름을 거명하지 말 것 등과 같은 행동규칙을 강요해 지나친 군기잡기라는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사회에 만연한 ‘갑질문화’가 캠퍼스 내 선후배사이 및 교수와 제자 사이에도 공공연하게 퍼져있는 것이다.

매년 2~3월이 되면 대학에는 새로운 신입생들이 들어오게 되고 이들을 상대로 한 OT, MT, 신입생환영회 및 선후배만남 등 다양한 단체행사가 진행되면서 음주강요, 얼차려, 학생회비 강제 징수 등 지나친 군기잡기가 문제가 되어 왔다. 과도한 음주로 인한 신입생 사망사고, 지나친 얼차려 등으로 인한 자살 등 다양한 사건, 사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 내의 군기잡기 문화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는 악습이다.

<2016년 부산의 한 대학교에서 신입생들에게 오물을 섞은 막걸리를 뿌려 논란이 된 장면>

이러한 악습이 지속되는 이유는 당사자들이 그 행위를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캠퍼스 내 위계질서 확립을 빌미로 한 폭행 및 강요, 각종 가혹행위가 전통이라는 명목아래 계속 이어져 오고 있으며, 이러한 악습을 겪은 신입생들이 선배가 되면 새로운 ‘갑’이 되어 자신들이 당한 행위를 대물림 하며 또 다른 ‘을’을 만들어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신입생들에게 대학은 초, 중, 고등학교 12년의 통제된 학교생활을 거쳐 성인으로서 새로운 삶을 막 시작하는 과정일 것이다. 그러나 캠퍼스 내의 지나친 군기잡기와 갑질문화는 이들의 꿈과 희망을 좌절시키고 그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가져다주는 사회적 범죄이다.

경찰은 이러한 악습을 근절하고 건전한 대학문화 조성을 위해 신학기를 맞아 단체행사가 집중되는 3월 말까지 7주간 ‘집중신고기간’을 운영한다. 주요 신고대상은 선·후배 간 위계질서 확립을 빙자한 폭행, 상해, 강요, 협박행위와 지나친 음주강요, 오물 먹이기, 동아리 가입 강요 및 각종 회비 납부를 빙자한 갈취행위, 강간, 강제추행,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 등이다. 또한 전국 대학 소재지를 관할하는 경찰서에 ‘대학 내 불법행위 수사팀’을 지정 운영하며 대학별로 설치된 학생 인권센터, 상담소, 단체활동 지도교수 등과 경찰서 핫라인을 개설, 상담 및 신고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피해발생 시 핫라인, 112, 인터넷, 경찰서 방문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신고가 가능하며, 대학-경찰서 간 간담회 개최, 홈페이지, SNS게재, OT, MT 개최지 주변 홍보 플래카드 게시, 대학 자체방송 등을 통해 신고요령을 홍보하고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신고접수 시에는 즉시 현장에 출동하여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 등 안전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사건의 경중에 따라 명백한 불법행위는 엄정 대응하며, 피해자에 대해서는 맞춤형 신변보호제도 활용으로 피해자 보호활동이 진행될 예정이다.

캠퍼스 내의 지나친 ‘군기잡기’와 ‘갑질문화’는 명백한 범죄이다. 이것을 전통이라는 명목하에 지나칠 것이 아니라 잘못된 행위임을 인식하고, 피해를 입었을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신고하고 제보하여 지금이라도 악습을 없애고 올바른 캠퍼스 문화를 확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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