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창 진
강원영동병무지청장

솔향 강릉 오죽헌에서 태어난 율곡 이이는 국방과 군역 제도가 허물어진 상황에서 외침이 일어나면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임진왜란 발발 10년 전 선조에게 10만 양병(養兵)을 건의하였으나 당시 아무도 이이의 말에 찬성하지 않았다.

동인 출신 유성룡은 ‘지금처럼 태평무사한 때는 성인의 학문을 우선으로 삼아 힘써 권해야 마땅하지 군대의 일은 급한 일이 아니다.’라고 반박하였지만 그로부터 얼마 뒤 이이는 타계하고 1592년 마침내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그때서야 유성룡은 ‘우리는 만고의 죄인’이라며 이이의 10만 양병설을 가볍게 여긴 것을 크게 후회했다고 한다.

현재 우리 국가 안보의 현실을 보면 북한은 UN 안보리와 국제사회의 거듭되는 제재와 권고에도 불구하고 제5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한반도 안보 위협과 동북아 지역 불안 조성 그리고 세계평화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이제 북한의 핵위협은 상투적인 “말 폭탄”을 넘어 단․중․장거리 미사일에 장착된 “핵폭탄”의 완성단계에 근접했기 때문에 북핵문제 해결은 대한민국 생존과 직결되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렇게 일촉즉발의 군사적 위협이 상존하고 있는 이 때 국가안위를 위해 1968년 창설된 예비군은 국가안보의 큰 버팀목으로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거안사위(居安思危)의 정신으로 유사시를 대비한 우리 예비군 제도와 예비군들의 노고가 오늘 우리를 있게 한 기초가 되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고 생각된다.

예비군은 현역이나 대체복무를 통해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국가안보의 한축을 담당하는 예비전력으로 국가비상사태를 대비하여 편성되어 있다. 현역과 함께 유사시 국토방위를 담당하는 양대 초석이라고 할 수 있다.

병무청은 전역년도, 주특기, 거주지역과 소집부대 등을 고려하여 병력동원소집대상자를 평시에 지정관리하고 있으며, 동원지정된 예비군은 전시 임무수행능력을 배양시키기 위해 소집부대에서 연간 2박3일 동안 병력동원 훈련소집을 통하여 최정예자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급격한 안보환경의

변화와 갈수록 다양하게 다가오는 위협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현역을 중심으로 한 상비군뿐만 아니라 예비군들의 역할이 중요시되고 있다. 개인의 꿈과 소망, 국가의 행복한 미래도 튼튼한 안보가 바탕이 되어야만 이룰 수가 있다. 시민들의 따뜻한 관심과 예비군들의 소중한 가치가 하나하나 모여 이룬 흔들리지 않는 안보태세는 대한민국에 평화의 기운을 새싹처럼 돋게 해 줄 것이다.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반도에서 우리는 위태위태하게 오늘날을 살고 있는 데도 서해교전, 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등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할때만 아직 휴전상태인 것을 인지하곤 한다. 국가안보나 국토수호 의지 없이는 개인의 행복도 보장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은 이이의 10만양병설 주장처럼 지나온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이런 역사적 사실에 비춰볼 때 현역 군인뿐만 아니라 예비군, 나아가 모든 국민이 국토방위의 사명감을 갖고 유사시에 대비하는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 특히 지역방위의 초석이자 경제성장의 역군으로서 예비군의 역할은 더욱 막대하다.

많은 예비군들이 생업에 종사하면서 여러 어려움이 있음에도 국가의 안위를 위해서 매년 동원훈련을 성실히 받아온 데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저작권자 © 강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