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원 구
한국농어촌공사
원주지사장
며칠 전 대설(大雪)이 지났다. 대설이 있는 음력 11월은 동지와 함께 한 겨울을 알리는 절기로 농부들에게 일년을 마무리하면서 새해를 준비하는 농한기이기도 하다.

가을의 풍성함에서 점점 겨울의 한복판으로 들어서는 강원도의 농촌 들녁이 삭막해 보이기도 하지만 유리온실과 비닐하우스에서 수확이 한창인 채소들과 과일을 보노라면 농한기라는 말이 무색하기만 하다.

얼마전 전국에서 가장 추운 철원에서 열대작물을 시범 재배한다는 신문기사를 보았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이기도 하지만 재배기술과 시설환경의 변화로 농산물의 재배 적지가 남쪽에서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는 위기에 처해있는 강원도 농업을 기회의 발판으로 만들 수 있는 좋은 호재임이 분명하다.

필자가 근무하는 한국농어촌공사는 과거 농업기반시설 현대화 및 영농규모화사업과 같은 생산기반사업에서 해외사업개발, 농어촌지역개발사업, 신재생에너지사업으로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지열에너지보급사업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보조 사업이다.

지열사업은 일반시설에 비해 초기 투자비용이 다소 많지만 그 효과가 언론매체와 사용자간에 알려지면서 일반인에게도 그리 낯선 개념은 아니다. 지열은 지중열과 히트펌프를 통해 유리온실 및 비닐하우스에 냉난방을 가능하게 만든 시스템으로 최근 3-4년 사이 전라도, 충청도, 경기도 일원에 집중적으로 보급되었지만 강원도는 아직 미미하다. 기후적으로 열악한 강원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널리 보급되지 못한 실정이 아쉽기만 하다.

도내 지열에너지가 보급된 시설원예 농가의 가장 큰 변화는 동절기 난방비 절감이다. 기존 기름보일러나 전기보일러를 대신하여 지열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에너지 절감 비율이 최대 80%에 이르러, 전체 생산비 중 에너지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또 다른 효과는 품질개선 및 생산량 증대이다. 여름철 냉방을 통해 고온에 의한 작물 피해를 예방하고 환경제어를 통해 농산물의 품질을 개선할 수 있었으며, 동절기 수확시기의 연장으로 단위 생산량을 증대할 수 있었다.

규모의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는 시설원예 농업에 품질 확보와 생산량의 두 마리 토기를 잡는다면 매출 증대에 따른 수익이 크게 개선될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지열사업을 도입함으로써 국제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탄소배출권 거래를 통해 추가적인 소득도 기대할 수 있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이 농업을 변화시키고 있다. 지열사업은 이런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으며, 강원도 시설원예 산업의 발전에 전기를 마련할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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