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수 CEO
김홍수 CEO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가 선관위 위탁으로 실시되기는 이번이 세 번째다. 시장·시의원선거와 달리 조합원에 한정된 선거라 관심에서 벗어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지역 조합들이 거대 공룡으로 변화하면서 지역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사실이다.

한 후보가 조합장 선거에 쏟아붓는 선거비용은 얼마나 될까? 그 액수는 지방선거 못지않다는 게 정설이다. 적잖은 돈을 써가며 조합장이 되려는 것은 권한이 막강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조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연봉이 많게는 1억 원에 이르고, 수천만 원의 활동비를 쓸 수 있다. 임직원 인사권과 예산권, 사업결정권을 가지고 있고 농산물 가공 공장과 마트와 주유소 운영에도 관여한다. 조합원 복지를 내세워 지급하는 예산 집행까지 감안하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한다. 이러니 기를 쓰고 조합장이 되려고 하는 것이다.

때론 그 막강한 권력이 지역의 암적 존재가 되기도 한다. 일례로 지역의 한 조합에서 마트를 신축한다는 명목으로 거대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 의혹이 제기되면서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전통시장 인근 맹지에 마트를 신축하기도 했다. 맹지에 건축이 안 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지만 공룡의 힘을 빌어 밀어붙이기식 권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이뿐 아니다. 거대 자본력을 활용해 소상공인의 생계 수단인 마트와 주유소까지 진출하다보니 ‘조합 때문에 다 죽는다’는 아우성은 그치는 날이 없다.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의 의무적 휴무제를 도입했지만 조합은 예외다. 법으로 보호받는 합법적 살인자나 다름없는 꼴이다. ‘민초의 버팀목’이라는 조합이 악순환의 연쇄고리 핵심에 놓여있다는 사실이 비극이다. 

1980년 동해시가 출발할 때만 해도 인구 10만 명이었다. 이후 9만 명 선이 붕괴되더니 이젠 8만 명 선도 보장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2020년 동해시 자살률은 전국 1위(50.1%)다. 그럼에도 동해시는 자살예방관리사업 최우수기관이라며 대대적 홍보를 하고 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발붙여 살 틈이 없으니 이 지역을 떠나는가 하면 극단적 선택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신임 조합장들에게 강력 요구한다. 우선 조합의 본래 설립 목적을 되새겨야 한다. 농협은 농민을 위하고, 수협은 어민을 위해 일할 때 진정한 조합으로 거듭날 수 있다. 조합장은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다. 무분별한 선심성 사업과 방만한 경영을 해서는 안 된다. 벌써부터 경영 미숙 경고음이 들리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주체할 수 없는 돈은 조합원들에게 아낌없이 돌려줘야 한다.

또한 지역의 거대 조직으로서 어려운 소상공인을 살필 줄 알아야 한다. ‘나만 배부르면 되지’하는 이기심을 벗고 그들과 공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리더로서 조합을 위하고, 지역민을 위하고, 공기관으로서 지역 발전을 위해 상생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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