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영 교수, T-Leadership School
최 영 교수, T-Leadership School

필자가 시카고에서 공부하던 중 미연합감리교단의 일본계 지도자 Victor Fujiu를 만나 교단에 진입하게 되었다. 그때 빅터에게 물었다. "이제부터 저가 어떤 지도자가 되어야 합니까?" 그의 대답은 '의회원'처럼 행동하라고 했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처럼 당당히 서라"는 당부를 기억한다.

국회의원이라고...? 그때 미국에서 빅터가 말하는 국회의원은 지도자의 표상이 되었던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오늘날 빅터가 한국의 여의도와 정치세계를 바라보았다면 나에게 의회원이 되라고 할까?

년 한국의 정치현실은 무엇인가? 희랍의 정치아카데미를 세운 플라토의 명언이 있다.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 그렇다면 한국 정치가들은 저질과는 먼 존재들인가? 플라토가 지금의 한국 정치가들을 본다면 저질이라고 하지 않을까? 정치는 국민에게 이익을 공정하게 분배하고 공익공동체를 위해 사회질서를 유지시키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으며, 국민을 돌보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다. 그러나 정치는 국민없는 배만 띄우고 있다.

지금의 한국정치가들을 보자. 눈만 뜨면 한국의 고질적인 민낯은 부정부패인데, 하나 더 독버섯처럼 피어나는 것은 국회의원들의 저질스러움이다. 여당은 애매모호하고 불확실하며 뚜렸한 방향이 안 보이는 안개정치 같고, 미숙한 리더십으로 발생한 실수에 대해 솔직한 인정을 못하고 문제를 질질 끌고 터널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야당은 까부시기가 대명사처럼 들린다. 본래 야당은 행정부의 정책수행 과정에서 check and balance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야당은 정부의 정책발표 후 침도 넘기기 전에 까부시기만 하는 폭력성이 높다. 그래서 짜증과 스트레스를 증폭시켜 고개를 돌리게 한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들여다보자. 대화와 대담 대신 폭력적인 고성, 품위와 품격 대신 천박하고 상스러운 욕으로 쓰레기보다 더 쓰레기판으로 만든다. 왜 삿대질을 하고 핏대를 올여야 하는가? 그렇게 해야 뉴스의 초점이 된다는 사고는 사춘기적이다. 정치의 본질을 잃은 채 서로가 저질스럽게 만든 것이 아니고 스스로 저질 속에 매몰되고 있다. 본질과 사명, 품격과 인격을 잃었다. 분노조절을 못해 성격장애가 보이며, 정신분석과 심리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으며, 우리 사회의 누구에게도 표상이 될 수가 없게 보인다. 이미 깊은 심리병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한 의원에게 연간 7억원의 예산을 주는 것은 개혁의 1번지가 된다.

다산 정약용은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은 국민이 아니고 위정자다"라고 역설했다. 역사에 태어난 모든 정부와 나라는 국민이 아니고 위정자들의 타락으로 무너졌다. 요즘의 한국은 희망이 안 보인다. 나라가 플라토가 말한 저질스러운 정치가들에게 포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희망은 국민이다. 공자가 "백성은 물이고, 물은 배를 뒤집는다"고 했다. 그렇다. 어느 역사의 정부도 백성을 이긴 적이 없다. 국민은 영원하지만 정부와 당은 모두 사라졌다. 배는 물이 와야 띄우며, 물은 성난 파도로 변한다. 배는 물의 성격을 헤아려야 한다. 아울러 노자의 유약승강 (柔弱勝强)을 묵상하라. "한 번은 속일 수 있지만 영원히는 못 속인다"는 링컨의 말은 부패정치를 소탕할 수 있을까?

아름다운 한글을 만들었으나 국회의원들은 한글을 파괴하고, 이순신은 원수의 적까지도 용서했으나, 국회의원들은 상대방이 죽도록 까부시고, 다산은 청렴을 공직자의 필수 자격으로 가르쳤으나, 국회의원들은 부정부패의 주범이 되고 있다. 김구는 나라돈을 아끼고자 중국까지 걸어갔고, 남은 돈은 나라에 반납했다. 정치가들의 저질 속에 나라를 구출하는 길은 국민의 판단에 달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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