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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범죄 이야기, 피해자 이야기
편집국 kwnew1088@hanmail.net | 승인 2018.10.01 17:53
임 정 진
춘천경찰서 청문감사실 경사

며칠 전 영화 ‘암수살인’의 감독 인터뷰를 봤다.

제목의 사전적 의미는 실제로 사건이 발생했지만 수사기관이 이를 알지 못하고 결국 범인은 처벌되지 않는 범죄를 말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신고가 되지 않거나 가해자를 잡았더라도 증거불충분 등의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석방해야 하는 경우 등.

영화는 살인범의 자백으로 감춰져있던 피해자를 찾아가는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주지만 경찰서에서 피해자보호업무를 맡은 필자로서는 영화의 줄거리보다는 ‘범인을 추적하고 검거하는 과정이 중심인 기존 범죄영화가 아닌 피해자에게 집중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감독의 인터뷰에 더 눈길이 갔다.

그동안 우리나라 형사법체계는 범죄 가해자를 잡아 처벌하고 교화하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던 까닭에 검거를 위한 기법과 장비 등은 눈부시게 발전해 왔고 대한민국의 치안은 세계적이다.

하지만 그 상대방인 피해자에 대한 관심도는 초라하기 짝이 없는 수준이었고 피해회복과 치료에 눈길 돌린 지도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경찰서에 갈 일이 극히 드문 일반인에겐 이름조차 생소할 피해자전담경찰관제도라는 게 있다. 도입된 지 3년 남짓 됐으니 이젠 정착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겠는데, 간단히 설명하자면 범죄피해자가 사건 후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신변보호 및 심리적・경제적・법률적 부분에서 다양한 지원을 하는 게 주된 업무이다.

오롯이 피해자에게 온 관심을 쏟는 것이 일인지라 도움이 절실한 이들이 행여나 지원 절차에서 소외되는 것을 미리 방지하고, 최 일선 현장에서부터 일은 시작되기에 처음부터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데 의의가 있다.

한 달여 전 춘천 다세대주택에 사는 70대 남자가 술 취한 이웃의 소란에 조용히 해줄 것을 요구하다 벽돌에 맞고 중환자실에 실려 갔다. 기초수급대상자로 근근이 살아가는 처지라 병원비 걱정에 가족들은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하고 있었지만 경찰에서는 사건 처리과정에서 피해자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게 되어 지원시스템을 가동, 제때에 치료비를 지원하게 되었다.

복지를 담당하거나 범죄피해자 예산을 쥐고 있는 타 기관들보다 초동단계에서 대처가 가능한 경찰에서 효과적으로 피해자를 도와주었던 대표적인 사례다.

가해자의 수만큼 큰 게 피해자의 수이고 피해 또한 즉각적이고 지속적임에도 피해자에 대한 지원과 회복노력이 가해자의 처벌만큼이나 중시되지 않았다는 게 이상할 정도다. 우리사회의 여력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겠지만 이제라도 피해자에게 도움의 손길을 펴게 됐으니 다행이라 하겠다.

‘암수살인’ 영화감독이 느꼈던 것처럼 시대가 변하니 범죄에 대한 패러다임도 변했다. 그런 변화에 발맞추어 정부는 피해자전담 인력을 늘려왔고 사법체계의 구석에서 신음하던 피해자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앞으로도 인력충원은 계속될 것이고 역할 또한 중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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