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관 석
강원지방병무청장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만일 모든 사람이 지금 있는 것들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면 미래의 세상은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다. 결국 오직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것만이 변치 않는 진리가 된다.

그렇다면 그 변화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1990년대 이후 일본 IT 업계의 몰락 현상을 설명하는 ‘갈라파고스 증후군(Galapagos syndrome)’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작은 섬들로 이루어진 갈라파고스 제도는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1,000km 이상 떨어져 있다. 오랫동안 다른 대륙과 멀리 떨어져 있었던 탓에 이곳에서만 살 수 있는 독특한 고유종이 생겨났다고 한다. 소니 등 당시 IT 업계를 이끌던 일본 기업은 세계적인 표준을 무시하고 내수시장에만 집중하다가 결국 외국 기업에 정상의 자리를 내어 주게 되었다. 이처럼 현실에 안주하여 기존의 생각과 행동만을 고수하는 데 집착한다면 몰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외적으로는 북한의 핵 위협과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무역 보복에, 대내적으로는 인구·일자리 절벽 등의 심각한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나라가 처한 이러한 대·내외적 위기는 병무청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병무청도 그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만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지 않을 것이다. 이제 병무 행정의 관점과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즉 예전처럼 병역 의무를 부과하기만 하는 ‘일방적인 행정’에서 벗어나 병역의무를 잘 해낼 수 있도록 돕는 ‘지원 행정’ 방식을 취해야만 병무청이 국민들로부터 공감 받고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병무청은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기존의 틀을 깨고 그 변화의 속도에 맞춰 적응하려 하고 있다. 병역 자원의 지속적인 감소, 다양화된 국민의 요구, 군에서 요구하는 역량의 다양화 등 시대의 흐름에 맞출 수 있도록 정책을 리모델링(remodeling)하고 입영 제도와 문화에 변화를 불러일으킴으로써 국민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과제를 선정하여 추진 중이다.

특히 인구·취업 절벽이 안보·사회 불안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개선하기 위하여 군 지원 입영 제도가 청년들에게 미래의 비전을 찾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청년들의 고용을 지원하는 정책인 병무청의 대표 브랜드 사업, ‘취업 맞춤 특기병’ 제도이다.

병무청이 고용노동부·각 군과 협력하여 병역 의무자가 군에 입영하기 전에 본인의 적성에 맞는 기술 훈련을 받고 이와 연계된 분야의 기술병으로 군 복무를 한 뒤에 전역 시 취업을 지원해 주는 입영 방식이다. 병역 이행과 취업을 연계시킬 수 있어 병역 의무자로 하여금 군 복무 시 비전을 갖도록 함으로써 자기계발과 성실한 복무를 이끌어낼 수 있는 포괄적인 국가적 안전망 구축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제도의 대상자는 폴리텍대학 졸업자와 고졸 이하 또는 대학 중퇴 학력자 등이다. 고용노동부가 제공하는 기술 훈련 기간에 의무자는 고용노동부로부터 훈련비와 수당을 지원받게 되며 훈련 수료 후에는 취업 지원을 받아 취업 시 24세까지 입영 연기를 받을 수 있다. 의무자가 훈련 수료 후 바로 입영을 원한다면 관련 분야의 기술병으로 입영할 수 있어 복무 중 기술 숙련 및 자격증 취득이 가능하여 취업 이력을 쌓도록 하고 있고 전역 후에는 병무청과 고용노동부가 지원하는 취업 설계를 받게 된다.

올해의 취업 맞춤 특기병 모집 인원은 지난해보다 38.5.% 늘어난 1,800명이다. 취업 맞춤 특기병 제도는 정부의 ‘경제 혁신 3개년 계획’ 등에 맞춰 2018년에는 모집 인원을 2,500명까지 확대할 예정이며, 취업 프로젝트로 각 지방병무청 별로 취업 지원 성공 인프라 구축으로 기술 훈련 기관과 고용노동부·중소기업청 등과 협업 체계를 설계하여 어려운 환경에서도 성실히 군 복무를 한 전역자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려 고심하고 있다.

이처럼 병무청이 국가 안보는 물론 기술병 전역자의 취업 지원까지 담당하여 국민이 병역 이행의 혜택을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발굴·추진하고 있다. 우리 병무청은 앞으로도 군 복무가 자랑스러운 새로운 입영 문화를 만들고 나아가 병역 의무 이행의 과정이 국민들의 삶의 가치를 높이는 데에 기여할 수 있도록 병역 문화와 제도의 변혁에 매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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