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재 하  
동해서 천곡지구대 순경

‘갑질’ 이라는 말은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없는 용어다. 하지만 2016년 10월 5일 개통된 국립국어원의 ‘우리말샘’ 에서는 ‘갑질’ 이 신조어로 등록되었으며,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가 되어 공공연히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있다. 2013년 모 유업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행했던 욕설과 ‘밀어내기’ 관행부터, 2014년 국내 굴지 항공회사의 ‘땅콩 회항 사건’ 후, ‘갑질’ 은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온갖 불공정함을 축약해서 드러내는 상징적인 단어가 되었다.

국민들은 갑질에 분노하면서도 막상 자신에게 닥친 갑질에 대해서 정당한 대응을 하기 어려웠다. 자신의 밥그릇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밥그릇을 엎으면서까지 갑질과 싸울 강심장은 많지 않을 것이다. 결국 대다수의 ‘을’ 들이 선택한 방식은 고통스러운 현실을 잠시나마 잊게 해줄, 가상현실로의 도피이다.

국민들은 ‘갑질에 맞서는 을’ 들을 그려낸 드라마에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고려말 권문세족의 갑질에 대항한 한 선비의 일대기를 그린 <정도전>부터, 대형마트의 부당노동행위를 주제로 한 <송곳>, 힘없는 을들을 위해 무료 변론을 마다않는 <동네변호사 조들호> 그리고 신분제의 굴레 속에서 홍길동의 등장 배경을 그리는 <역적> 까지, ‘갑질 시스템에 대항하는 을의 분투’ 라는 코드는 한 시대의 유장한 흐름처럼 보인다.

이런 흐름 속에서, 경찰은 국민과 손잡고 갑질을 해소하는 주인공이 되고자 팔을 걷어붙였다. 2016년 9월 1일부터 12월 9일까지 100일간 ‘갑질 횡포 특별 단속’을 실시한 결과 직장․거래관계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 횡포 불법행위자 4,311명을 검거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경찰의 목표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갑질 단속’ 이라는 목표는 ‘3대 반칙 행위 근절’ 이라는 새로운 목표로 승계, 확장된다. 이전 갑질 단속과 3대 반칙 행위 근절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동일하다.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3대반칙을 ‘생활반칙’ ‘교통반칙’ ‘사이버 반칙’ 으로 나누어 ‘생활반칙’은 안전 비리, 선발 비리, 서민 갈취로 나누어 단속하고, ‘교통반칙’ 은 음주운전, 난폭・보복 운전, 얌체 운전으로 나누어 단속하며, ‘사이버 반칙’ 은 인터넷 먹튀, 보이스피싱・스미싱, 사이버 명예훼손・모욕으로 나누어 단속하는 것이 기존 갑질 단속보다 확장된 점이다.

100일간의 기간으로 한국 사회에 깊이 뿌리박힌 ‘갑질’ 이 완전히 근절되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100일간 4,000여명의 갑질 사범을 검거하였다고 하여 ‘억강부약’을 기치로 ‘공정사회’를 만드는 경찰의 소임과 사명이 끝났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이번 ‘3대 반칙 행위 근절’ 이 ‘갑질 단속’을 성공적으로 승계하여, 공정사회를 구현하고자 하는 경찰의 목표가 국민들에게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일선 현장의 경찰관부터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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