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운 기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강원지원 지원장

민족의 대명절인 설날이 다가오고 있다. 묵은 한해를 보내고 새해 첫 아침을 맞으며 서로의 복을 빌어주는 명절이지만 어쩐지 농업인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져 간다.

2016년 7월 헌재에서 합헌판정을 받으며 시행('16.9.28.)되고 있는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 및 금품수수 금지법)의 영향으로 농축산물의 소비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돼 화훼‧축산‧과수농가의 걱정이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바로잡고 청렴한 사회를 만드는 법의 취지에 깊이 공감하는 바이나 농업관련 공직자로서 농업인들의 한숨소리에 가슴 한켠이 아파오는 것도 사실이다.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 및 금품수수 금지법)에 저촉되지 않도록 하다보니 외국산으로 구성된 각종 선물세트들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고, 특히 신세계 백화점은 뉴질랜드산 갈치, 페루산 애플망고, 러시아산 명란, 인도양 자연산 새우등 외국산 설 선물 제품을 57%나 늘려서 내놨다고 밝혔다.

신세계백화점 매출통계에 따르면 외국산 설 선물 세트의 매출 신장률은 2015년 24.5%, 2016년 66.6%를 기록했지만 올해 설에는 20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외국산이 유통되다 보니 외국산 제수용품, 선물세트를 국내산으로 속여 유통되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한마디로 엎친데 덮친 격이다. 이런 농업인들의 시름을 조금이나 덜어주고자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하 농관원) 강원지원은 설 명절 대비 성수품 및 특별단속을 1.3일부터 1.26일까지 4주간 실시하고 있다.

외국산 제수용품과 선물용품이 원산지를 속여 국내산으로 유통되지 않도록 사전에 차단하기 위하여 강원도 각 시군에 특별사법경찰, 정예명예감시원을 투입하여 제수·선물용 판매업체, 백화점, 대형마트, 전통시장 등 설 성수 농식품 부정유통이 예상되는 지역과 업체를 선정하여 단속한다.

외국산을 국산으로 둔갑 하거나, 국산과 외국산을 혼합하고 국산으로 거짓표시 판매하는 등 고의적 위반행위 단속에 주력하고 원산지 및 품종이 의심되는 소고기ㆍ쌀은 시료채취하여 DNA분석 등 과학적 단속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 개정된 원산지 표시 제도의 홍보도 병행할 예정이다.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시행규칙」이 개정('16.2.3.)되어 2017년 1월 1일부터 음식점 원산지표시 의무 대상품목이 종전 7개 품목(쌀, 쇠고기, 돼지고기, 배추김치, 닭고기, 오리고기, 양)에서 콩(두부류, 콩비지, 콩국수) 품목이 추가 되었고 쌀은 밥에만 원산지를 표시했으나 죽, 누룽지까지 확대해 원산지를 표시해야 한다.

또한 표시대상 품목의 원산지가 잘 보이도록 일괄 표시하는 원산지표시판의 크기도 기존 크기의 2배 이상 확대했고 게시 위치도 가장 큰 게시판의 옆 또는 아래로 게시위치를 명확히 했다.

농관원 강원지원은 이러한 원산지 표시제도 확립을 통해서 물가상승과 경기침체로 인하여 파도처럼 쏟아지는 외국산 농산물 속에서 우리 농산물의 설 자리를 확보하고 소비자들의 알권리를 보호하는 방파제가 되기 위하여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아는 말 중에 “신토불이” 즉 몸과 태어난 땅은 하나라는 말이 있다. 우리 땅에서 난 농산물이 체질에 맞다는 의미이다. 우리 농산물을 아끼고 애용하는 것이 단지 농업인을 보호하는 일뿐 아니라 우리 모두를 아끼는 것이지 않을까.

용비어천가에는 ‘곶 됴코 여름 하나니’라는 구절이 있다. ‘꽃이 만발하고 향기로워 열매가 풍성하다’는 의미이다. 시작하는 2017년 지난해의 안 좋은 기억은 다 잊고 올해 많은 농업인은 물론이고 정치‧경제‧사회 모든 면에서 꽃이 활짝 피고 많은 열매를 수확하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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