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연 시인/수필가

자연이 봄에는 힘찬 생명력과 향기로운 꽃으로, 여름에는 녹음으로 인간의 넋을 빼 놓더니, 가을에는 현란한 색상으로 세상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이제, 서서히 그 아름다움이 사라져 가고 있다.

물질적 풍요가 반드시 정신적 만족을 가져다주지는 못한다. 물질적 풍요는 오히려 타락과 방종으로 흐르기 쉽다. 절대 빈곤에 시달리던 시절은 빈곤의 퇴치가 지상과제였지만, 요즘처럼 먹고 살만한 때는 물질적 풍요가 오히려 타락과 방종을 불러 인간을 교만하게 만들기 십상이다.

흔히 정신은 고결하고 물질은 천박한 듯 말하지만 그 또한 편견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빵 없이는 살 수 없지만 빵만으로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즉 지나친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많은 것보다 다소 모자란 듯한 것이 낫다는 의미다. 요컨대 위만 쳐다보고 사는 사람은 언제나 갈증을 느끼지만, 아래를 보고 사는 사람은 여유가 있어 너그러워진다.

인간은 가난하지만 비굴하지 않고, 과하지만 교만하지 않고, 부자이지만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요즘 우리 사회는 교만이라는 전염병이 만연하고 있다. 좋은 옷, 좋은 차, 좋은 집이 인생의 성공으로 인식되면서 인격(人格)이 사라지고, 그 자리엔 옷格, 車格, 집格이 종횡무진하고 있다.

부(富)와 권한과 권력은 남을 위해 쓰여 질 때 아름답고, 양심은 이기적 양심이 아닌 이타적 양심일 때 아름답다. 자신과 인연(혈연, 지연, 학연)만을 생각하는 소극적 행태의 사고로는 행복할 수 없다. 아름다운 노년을 꿈꾼다면 더욱 그러하다.

어느새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환갑이 지난 사람이라면,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루지 못한 채 또 나이만 먹었다는 푸념을 하기 전에, 무엇을 가질까를 생각하기 전에, 무엇을 버릴까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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