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종 희
강원동부보훈지청 보상과장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용천리 산62, 작은 뒷산에 ‘고원청년유격대 위령비’가 있다. 6․25전쟁 당시 함경남도 영흥만 일대에서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유격전을 전개하다 장렬히 산화하신 전몰장병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현충시설물이다.

‘고원군’은 함경남도에 위치한 행정구역이다. 그런데 왜 강원도 고성 땅에 이 비가 세워졌을까. 6․25전쟁이 정전되었으나 휴전선 이북에 고향을 둔 주민들은 돌아갈 수 없는 실향민이 되었다. 이분들은 지금 돌아갈 수 없는 고향 땅을 그리워 하며 그나마 고향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모여서 추억을 기억하고 통일의 날만 기다리고 있다. 이 분들의 뜻이 모여 여기에 이 비가 세워졌으리라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처럼 우리 주위에는 국가를 위해 공헌․희생하신 분들과 그 공적을 기리는 현충시설물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 비록 우리가 바쁜 일상과 현재 삶의 무게로 이들을 돌아볼 겨를이 없을지 모르나, 기억에서 조차 지워서는 안 될 것이다. 국민 누구나 알고 있는 이름 있는 장소와 시설 뿐만 아니라 작고 생소해도 그것이 소중한 것은 거기에 담긴 나라사랑정신은 하나로 통한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라를 위해 희생․공헌하신 국가유공자와 그 유․가족에게 항상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 하겠다. ‘보훈은 살아있는 사람의 책임’이기에.

얼마전 일간지에 보도된 설문조사 결과를 보고 우리의 나라사랑정신에 대하여 다시 생각하게 하였다. 전세계 64개국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42%만이 조국을 위해 싸우겠다고 응답하였다. 66년 전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친 선조들에게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이런 마음과 정신으로 어찌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지키고 후손에게 영예롭게 물려줄 수 있을까. 선열들의 꾸짖음이 들려오는 듯하였다. 비록 현실의 갈등과 분열, 각박한 삶, 정의의 무상함 등 질곡은 있겠지만 우리가 살고 있고 살아야 하고 또 후손이 살아야 할 우리나라를 폄훼해서는 안되지 않을까. 그리고 국가의 소중함, 자유민주주의의 정신, 더불어 사는 행복을 우리 세대가 더 깊이 알아야 하지 않을까도 고민하게 되었다.

지금 남북 평화통일의 길이 요원하게 보일지라도 우리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우리의 이웃에 고향을 그리워하는 실향민이 있고, 북한의 동포도 우리와 같은 민족으로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북한은 3대 세습체제를 공고히 하며 우리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 행복을 핵과 미사일로 위협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제공조 등 다양한 대책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민의식을 하나로 모으는 통합의 정신이 필요하다.

튼튼한 안보를 통해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이루고 일관된 대북정책을 통하여 평화통일의 길로 가고자 하는 이 길은 국민의 결집된 힘을 필요로 한다. 이에 우리는 ‘호국은 우리 모두의 의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 호국보훈에 대한 우리 모두의 작은 관심과 참여가 나라사랑을 실천하는 초석이 되어 하나된 대한민국으로 거듭 성장해 나가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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