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장에 취임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2013년 7월. 안타까운 국제뉴스를 접하게 됐다. 미국 애리조나 주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젊은 소방관 19명이 산불을 끄다 목숨을 잃은 것이다. 단일 화재로 인한 소방관 순직 사고로는 9.11 테러 이후 최대 규모 참사였다.

그 이후에도 세계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이어졌다. 산림청장으로서 세계 산불 발생의 심각성과 그 피해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 미국만 하더라도 올 들어 발생한 대형 산불로 서울의 50배에 달하는 산림과 국유림이 잿더미가 되었다.

최근에도 미국, 중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비상사태가 선포됐고, 화마(火魔)로 산림과 도심이 초토화 됐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같은 초대형 산불이 지구 온난화와 도시화 영향으로 더 자주 발생하고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산불 예방과 대응을 위해 국제 협력이 필요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세계산불총회’가 아시아 최초로 12일부터 16일까지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에서 열린다. ‘세계산불총회’는 산불 재해 대응을 위한 국제네트워크 회의다. 산불의 효과적인 예방과 관리를 위해 전 세계 산림 정책 결정자와 산불·재난·환경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여 관련 정보와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행사로, 4년마다 개최된다.

제1차(1989년) 미국 보스턴 회의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5차례 열렸는데 산림청은 지난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개최된 제5차 총회에서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총회 유치에 성공했다.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세계산불총회가 열리게 된 것이다.

‘제6차 세계산불총회’는 산림청과 강원도가 주최·주관하고 유엔재해경감국제전략기구(UN-ISDR),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후원해 세계 80여 개국 3000여 명이 산불 대응과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산불의 과거와 미래’를 주제로 전체회의와 병행회의, 지역별·글로벌 회의가 진행되는데 전체회의에서는 주제별 기조 연사의 발표와 토론의 장이 마련된다.

세계산불모니터링센터(GFMC) 의장, 유엔식량농업기구와 유네스코, 미국 산림청 관계자 등 전문가들이 참석해 산불과 지역 공동체와의 관계, 통합 산불관리 전략, 산불방재기술, 산불로부터 세계 자연·문화유산 보호 등을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다.

아울러 병행회의에서는 7개의 산불 주제에 따라 선정된 논문이 발표되고 지역별·글로벌 회의에서는 전 세계 산불네트워크의 주요 산불정책과 이슈가 공유되고 공조 방안이 논의된다.

일반 참가자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세계 산불 관련 기업이 참여하는 전시장에서는 뛰어난 IT기반의 산불예측 및 방재시스템을 보유한 한국의 기술력이 세계에 홍보되고, 총회 3일차인 10월 14일에는 국방부, 중앙소방본부, 경찰청, 지자체 등 유관기관이 협력해 헬기 15대와 전문 인력 300명이 투입되는 산불진화 합동 시연이 선보인다.

또한 양양·고성 등 국내 대형 산불 피해 복구지 답사 프로그램을 통해 대규모 산불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그동안의 복구 노력을 알린다. 이 외에도 일반 참가자와 학생들을 위한 종이헬기 조립 등의 체험행사가 진행된다.

이번 총회를 통해 국제 산불 네트워크는 더욱 강화되고 개최지인 한국의 역할과 위상도 높아질 것이다. 특히, 아시아 첫 개최인 만큼 한국이 아시아지역 산불네트워크의 중심국가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제6차 세계산불총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현재 산림청은 총회 막바지 준비와 점검, 홍보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주최 측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세계산불총회의 성공 개최를 위해서는 유관 기관의 협업, 그리고 국민들의 따뜻한 관심과 참여가 뒤따라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촌의 많은 사람들과 동·식물들이 산불 때문에 생명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다. 너무 당연한 얘기처럼 들리지만 숲은 우리의 미래이자 희망이다. 세계 산불 방지와 협력을 위해 열리는 ‘세계산불총회’에 우리가 주목하고,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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