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춘 옥
원주우체국 서무팀장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난 건 작년 3월!
그러니까, 나의 아들이 우리를 떠난 지 3일째 되던 그날!

함께 하는 유일한 가족이 되어버린 나의 남편이 나의 허전함을 조금이라도 달래보려는 마음에서 그녀를 나와 대면시켜주기 위해 지인으로부터 소개를 받은 모양이었다.
아들이 남긴 빈자리를 정리할 시간적 여유도 갖기 전에 갑자기 나타난 그녀를 난 따뜻하게 맞이할 수 가 없었다.
어느 유행가에 나오는 가사처럼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 다가온 그녀”였기에......

그날! 그녀가 우리 집에 처음으로 발을 들여놓던 바로 그날!

그녀는 그녀의 본성을 드러내지 아니하고 나에게 조심스럽게 종종걸음으로 살포시 다가와서 나의 가슴에 안기려고 그녀의 손을 살포시 내밀었지만, 난 강하게 그녀의 존재를 거부하며 무덤덤하게 안녕! 한마디로 그녀와의 형식적인 첫 대면을 하고, 바로 내 집안에서 사라지길 원했다. 그 당시에 나는 다른 이를 맞이할 정신적여유가 없었기에 “인사를 했으니까, 이제 데리고 나가시라고”.....

남편은 그래도 우리 집에 왔는데, 하루는 자고 보내야 하지 않느냐고 나를 설득했지만, 내 평생 다른 종족은 집안에 발을 들여놓은 역사가 없었기에 너무나 당당하게 거부하였다.

그렇게 그녀는 계면쩍은 표정으로 냉랭한 나의 태도에 첫 만남에서 문전박대를 당할 수밖에 없었고, 우리 집안에는 가족이 단 2명으로 다시 조용한 분위기가 되어갔고, 아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나는 가슴앓이를 하고 있던 차에 업무차 1주일간 집을 비우게 되었습니다. 그 기간에 우리 집은 남편이 혼자 지키고 있다고 지극히 정상적인 생각을 했던 거지요.

근데, 그건 나의 착각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내가 집을 비우게 되면서 사건은 시작이 되었지요.
1주일 후 돌아왔는데, 우리집 안방을 당당하게 지키고 있던 존재가 그녀였던 거예요. 매몰차게 내쳤었던 그녀가 나를 너무나 반갑게 맞아주고 있는 거예요.

그 순간!

오랜만에 집에 돌아왔을 때의 그 아늑함이 갑자기 압박감으로 바뀌기 시작하면서 나와 그녀의 냉전(?)이 시작되었습니다.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면서 우리 부부는 서로 사이가 멀어졌으며 그녀는 우리집안의 골치덩어리가 되어갔고, 나는 본의아니게 성질난 시어머니의 기세로 그녀를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말도 못하는 그녀를 부여잡고 “제발! 니네 집으로 다시 돌아가라. 왜 우리집에 와서 이렇게 나를 힘들게 하냐” 고.
그러기를 하루,이틀 ․...... 한달.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보이지 않는 신경전과 함께 서로의 일과에 대하여 서서히 관심을 갖게 되었고, 애증이 서서히 애정으로 바뀌어 가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내가 출근할 때도 뽀뽀공세를 하고, 퇴근할 때도 온몸으로 나를 반겨주는 그런 열정적인 사랑을 나에게 베풀며 순도 100%의 애정공세에 나는 서서히 마음을 열게 되었습니다.

그녀를 위해 카페를 가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인연을 만들었고, 그녀를 위해 산책을 하면서 내몸이 건강해졌으며, 그녀의 애교공세 덕분에 가까이 하기에 너무 멀어져버렸던 이웃사람들과도 쉽게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그녀가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제 그녀와 내가 만난지 1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가족이든, 친구든 그 누군가에게 서운한 일이 생기면 그녀에게 얘기하고, 직장에서의 스트레스가 있어도 그녀에게 얘기하는 그런 소중한 존재로 내 삶에 다가왔습니다. 그녀는 온몸으로 나의 눈물도, 허물도, 나의 상처도 조건없이 보듬어 주는 존재가 되었지요.

내게 너무나 소중하게 자리잡은 그녀!

그녀 덕분에 나의 가족과 친구와 직장동료 등의 이웃을 사랑할 수 있게 되어 지금은 너무나 행복합니다.

쓸쓸한 가을이 다가오기 전에, 반려동물과 더불어 따뜻한 삶을 느껴보는 것도 정말 큰 행운일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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