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 일
강릉보훈지청 보상과
매년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대한 청렴도 평가는 그리 좋지 않다. 2013년은 177개 조사대상국중 46위, OECD 34개 회원국 중 27위이다. 2009년도에 39위를 한 이후 계속 순위가 하락하고 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서는 체면이 말이 아니다.

정부는 과거로부터 지속되어 온 국가․사회 전반의 비정상을 혁신하여 ‘기본이 바로 선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비정상의 정상화’를 국정 과제로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공직사회와 우리 사회 전반의 적폐를 혁파하기 위하여 국무총리 산하에 ‘부패척결추진단’을 출범시켰다.

지금뿐만 아니라 어느 시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공직자의 부정부패는 경계와 척결의 대상이다. 溫故而知新(온고이지신), 옛 것으로부터 배워 새것을 만들어보자.

흔히들 조선이라는 나라가 망한 이유를 들어보라면 먼저 당파싸움, 매관매직을 통한 부정부패 등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조선시대에도 공직자의 청렴을 강조하고 부정부패를 막기 위한 제도가 없지 않았다.

조선은 개국과 더불어 고려 말 이래의 각종 법령 및 판례법과 관습법을 수집하여 법전의 편찬에 착수하여 경제육전을 편찬하였으며, 여러 왕을 거치면서 속육전, 경국대전, 속대전, 대전통편, 대전회통 등의 법전을 편찬, 시행한 법치국가였다.

국왕을 비롯한 공직자의 권력 견제와 백성의 소리를 듣기 위하여 대간, 감찰, 암행어사 등의 제도를 시행하여 신하와 임금이 상호 견제하고, 백성에 대한 탐관오리의 비리와 부정부패를 방지하고자 노력하였다.

또한 ‘청백리’ 제도를 통해 관직 수행 능력과 더불어 청렴과 근검, 그리고 도덕, 인의 등의 덕목을 겸비한 공직자에게 명예를 주고 “청백리‘라는 명예와 더불어 후손들에게도 선조의 음덕을 입어 벼슬길에 나갈 수 있는 특전도 주어졌다고 한다.

현대의 행정, 입법, 사법의 삼권분립이나 감사원 설치, 공직자에 대한 부패방지를 위한 감찰제도 등을 살펴보면 이 시대에 적용해도 될 만큼 선진적인 제도였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조선시대 부패를 다룬 책에서 나온 율곡 이이의 사례를 보자.
이율곡은 어느 날 서울 시내를 순시하다가 낭랑한 목소리로 병서를 읽는 소리를 듣고 평화스런 시절에 이렇게 병서를 읽는 선비가 있구나 하고 감탄하였으나 그 선비를 만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율곡은 그때 관리를 뽑는 銓衡官(전형관)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부정부패는 반드시 뇌물을 주고받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뇌물을 안 주고 안 받았어도 당사자끼리 서로 만났다면 뇌물이 오간 것으로 의심 받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선비가 바로 이순신이었다고 한다.

율곡 이이가 청백리였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그가 공직에 있을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업무를 수행했는지 알 수 있는 사례이며 본받아야할 자세이다.

오늘날 공무원 부정부패의 주요한 요인을 꼽으라면 조선시대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혈연, 학연, 지연으로 이어지는 연고주의와 전관예우 문화일 것이다.

선․후배, 직장 동료로서의 사적인 관계를 공적인 업무관계에 그대로 가져온 잘못된 관행인 것이다. 공과 사의 구분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공적인 일을 개인의 가치관으로 대하다보면 청렴의 가치는 훼손되기 쉽고, 이는 곧 부정으로 이어져 부패하게 된다.

국가보훈처와 강릉보훈지청은 매월 첫째 수요일을 반부패청렴데이로 지정해 공직자의 청렴의무를 상기하고 있으며, 정기적인 교육을 통해 보훈공직자로서 공직사회의 청렴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비정상화의 정상화 과제로 보훈단체 및 보훈대상자들을 대상으로 지급되는 국고보조금 및 보훈급여금의 부정수급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빠른 경제성장에 따라 물질주의가 팽배하면서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조금은 돈을 받아도, 조금은 댓가를 바래도 된다는 ‘적당히 주고받는’ 문화가 형성되었던 것 같다. 조그만 눈덩이 하나가 걷잡을 수 없는 눈사태를 일으키듯이 ‘한번만’이 이제는 ‘당연히’가 되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는 눈사태를 맞지 않았다. 눈사태를 막아낼 힘이 아직은 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청렴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제도만으로도 부족하다. 사회 구성원 모두의 공감대 형성과 더 나아가 문화로써 정착되어야 한다.

그 문화라는 것도 정직과 준법정신을 지키는 것, 일반적인 법률과 제도, 사회규범, 예의 등을 강조하지 않아도 양심에 따라 타인들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기본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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