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 들여 쓴 편지나 엽서를 우체통에 넣고 가슴 졸이며 답장을 기다리던 기억은 우리에겐 먼 추억이 되었다. 이제 부모님이나 사랑하는 애인에게 사랑의 말들을 적어 빨간 우체통에 밀어 넣었던 일은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아름다운 추억이 깃든 거리의 빨간 우체통이 휴대폰이나 인터넷의 등장으로 손편지를 쓰는 사람이 계속 줄면서 추억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 앞으로 빨간 우체통은 정보통신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춘천 우체국에서는 군장병 우편물을 보내고 받는 군사우체국을 군부대 내에서 운영 중에 있고, 이 우체국 앞에 군장병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빨간 우체통을 하나도 아닌 2개를 설치하였다.

군장병들은 사랑하는 가족과 떨어져 근무를 하기 때문에 일반인과 달리 편지를 많이 쓰는구나 생각되어, 직원에게 우체통에 들어온 우편물 수량을 확인해보니 생각했던 것 보다 많지 않다고 한다. 사실 나도 편지를 언제 썼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30년 전 군에 간 형님이나 친구들한테 보낸 것이 전부 인 것 같다.

저기 서있는 빨간 우체통을 배가 부르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 하고 고민하던 중 우체국에서 판매하는 고객맞춤형엽서가 생각났다. 고객맞춤형엽서는 미리 우편요금이 지불되어 우표를 붙일 필요가 없어서, 엽서에다 간단하게 몇자 적어 우체통에 넣기만 하면 받는 사람에게 전달이 되는 편리한 우체국상품이다.

덧붙여 우체국 밖에서 차한잔하며 편안하게 앉아서 엽서를 쓸 수 있도록 예쁜 파라솔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에 아이디어를 내어 군부대와 협의해서 군장병들이 편한 시간에 편한 장소에서 편지를 쓰도록 고객맞춤형엽서를 만들어 파라솔과 함께 기증하였다.

오늘 이후로 군장병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 젊은이들이 가지는 인생고민 등으로 빼곡하게 쓰여진 엽서와 함께 이 배고픈 빨간 우체통이 가득 채워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오 흥 복
춘천우체국 우편영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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