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강원신문】황미정 기자 = 영화 ‘7번방의 선물’의 실존 인물로 유명한 정원섭 목사가 C채널 ‘힐링토크 회복’에 출연해서 39년만에 무죄선고를 받은 과정을 전하며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영화‘7번방의 선물’의 실존 인물로 유명한 정원섭 목사.

초등학생 강간·살인 누명을 썼던 정원섭 목사는 지난 2011년 10월 27일 날 열린 재심 상고심에서 39년 만에 무죄를 선고 받았다. 그는 과거에 시골 동네 만화가게 주인이었다.

그러나 1972년 9월 27일 강원 춘천시에서 벌어진 경찰관 딸 강간 살인 사건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놨다. 춘천경찰서 역전파출소장의 딸이 실종된 지 14시간 만에 춘천시 우두동 논둑길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부검 결과 역전파출소장의 딸이 성폭행당한 뒤 목 졸려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자 내무부는 1972년 10월 10일까지 범인을 검거하라는 시한을 정해놓고 그때까지 범인을 잡지 못하면 관계자를 문책하겠다는 시한부 검거령을 내렸다. 사건의 발단은 단지 파출소장의 딸이 정원섭씨의 만화가게를 자주 드나든 것뿐이었다.

사건 발생 직후 무더기로 잡혀온 용의자 30여 명 중 만화가게 주인 정원섭씨도 있었다. 파출소장의 딸이 살해된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는 범인이 흘리고 간 15.8cm 길이의 하늘색 연필 한 자루와 머리빗 한 개였다.

경찰은 정원섭씨의 아들에게 연필을 보여주며 “이게 네 연필이 맞냐”고 물었다. 정 씨의 아들은 “맞다”고 답했다. 경찰은 연필을 물증으로 내세우며 정 씨를 범인으로 몰아세웠다. 결국 정 목사는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하고 범행을 인정했다.

연필 한 자루만이 유일한 증거였다. 범행 현장의 최초 목격자는 1심에서 “내가 본 건 누런 빛깔의 연필”이라고 증언했다가 위증 혐의로 구속되자 하늘색 연필이라고 말을 바꿨다. 이듬해 3월 1심 법원은 정 목사에게 무기징역형을 선고하고 1973년 11월 대법원도 정씨의 유죄를 확정했다. 정 목사의 옥살이는 15년 동안 이어졌다.

1987년 성탄절을 하루 앞둔 12월 24일. 정 목사는 광주교도소에서 복역하다가 모범수로 가석방됐다. 성실하게 수감 생활을 하며 신앙심을 키운 정 씨는 출소 뒤 신학교에 들어가 목사가 됐다. 다 잊고 용서해 보려 하기도 했지만 잃어버린 명예만큼은 되찾고 싶었다.

무죄를 확신한 변호인들은 1999년 11월 서울고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동아일보도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데 힘을 쏟았다. 3개월 동안 1000페이지가 넘는 사건기록을 바탕으로 강원 춘천시 홍천군, 충남 천안시 등 전국 각지에서 사건 피해자의 부검의, 수사 경찰 등 증인들을 인터뷰했다. 동네 사람들에게선 “협박에 못 이겨 거짓진술을 했다” 등 기록에 적힌 것과 다른 진술이 쏟아졌다.

정 목사는 재심을 청구했지만 서울고법은 2001년 10월 “증인들이 진술을 번복한 내용을 믿기 힘들다”는 이유로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 정 목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2005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실 규명을 요청하고 나섰다. 위원회는 경찰이 고문과 가혹행위를 하고 증거를 조작했다는 흔적을 발견하고 사건 1심을 선고한 춘천지법에 재심을 권고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37년 만에 법원은 정 목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년 뒤 대법원도 정 씨의 무죄를 확정했다. 증거 부족과 강압에 의한 허위 진술 때문이었다. 누명을 벗은 정 목사는 경찰이 저지른 고문, 회유, 협박 등의 불법 행위에 대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경찰 간부 딸을 살해한 누명을 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한 정 목사의 기막힌 사연은 주인공이 경찰총수의 딸을 살해한 누명을 쓰고 사형당하는 영화 ‘7번방의 선물’의 모티브로 쓰였다.

한편, 정원섭 목사의 힐링 스토리는 오는 7월 28일 (월) 밤 11시에 C채널 ‘힐링토크 회복’에서 공개된다. C채널의 힐링토크 회복은 매주 월, 화요일 저녁 11시에 케이블채널과 IPTV 채널에서 시청할수 있으며 재방송은 화, 수요일 오전 10시 30분에 시청할수 있다. 또한 홈페이지, 페이스북, 유튜브에서 다시 보기를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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