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은 영
생기한의원 원장
얼마 전 한의원에 내원한 다섯 살 꼬마신사가 대뜸 손가락에 난 사마귀를 보여주면서 “선생님 사마귀하고 싸워서 이길 수 있냐”고 물었다. 아이의 기습 질문과 불신에 찬 눈초리에 잠시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아이의 손가락 이곳저곳에는 이빨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한의원에 내원하기 전에도 이미 한바탕 물어뜯은 눈치였다. 사마귀는 아이의 손가락뿐만 아니라 발바닥에도 있었는데, 손가락과 달리 사마귀가 난 자리가 온통 까맸다. 아마도 레이저치료를 받았는데 자꾸 재발한 모양이었다.

나중에 아이엄마에게 들은 이야기지만, 치료받기 싫어 떼쓰는 아이를 달래려고 한의사선생님이 사마귀와 싸워서 이길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필자 대신 심어줬다고 했다. 한방치료 3개월 후 아이 엄마의 바람대로 사마귀를 상대로 열심히 싸워서 값진 승리를 일궈낼 수 있었다. 또한 아이가 가진 믿음도 지켜줄 수 있었다.

꼬마신사처럼 사마귀환자들은 보통 재발이 되면 한의원을 찾는다. 더 이상 갈 데가 없다고 판단하거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다. 실제 내원환자 150명을 대상으로 피부과치료 경험유무를 조사한 결과, 68.7%에 해당하는 103명이 ‘피부과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사마귀는 왜 떼어내도 자꾸 재발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사마귀가 인유두종바이러스(이하 HPV) 감염으로 발생하는 피부질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순히 병변부위만 떼어내고 절제하는 방식으로는 바이러스를 온전히 제거하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바이러스질환은 신체면역반응을 유도해서 몰아내야 효과적이다. 꼬마신사 또한 한방의 전통치료기술인 ‘약침’, ‘뜸’, ‘한약’을 통해서 적절한 면역반응을 유도해냈다. 한방치료가 교란된 면역력을 정상화시키는 작용을 한 셈이다.

그래서 사마귀 환자는 면역체계가 채 형성되지 않은 소아청소년들에게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지난 2011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자료에서도 10대 사마귀 환자가 32.8%로 가장 많은 점유율을 차지한 바 있다.

요즘처럼 습도가 높은 장마철이나 물놀이가 많은 여름에는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번식하기 쉬워 소아들의 ‘물 사마귀’ 발생률이 높다. 수영장 등에서 물놀이를 하면서 사람들과의 잦은 접촉을 통해서 전염되는 식이다.

‘물 사마귀’는 HPV에 의해 감염되는 다른 사마귀와 달리 ‘몰로스컴’이라는 바이러스가 주원인으로, 살색 또는 분홍색을 띤 좁쌀 모양의 수포성구진을 말한다. 보통 3-6mm 정도 크기의 가운데가 움푹하게 들어간 돔 형태를 띤다. 물 사마귀는 수포 내 바이러스가 다른 어떤 사마귀보다 주변으로 퍼질 확률이 크기 때문에 절대 손으로 짜거나 바늘로 터트려서는 안 된다.

이같은 바이러스성피부질환에는 한방치료가 꽤 효과적이다. 바로 질병의 원인을 해결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의학에서 사마귀의 병변부위 제거를 등한시하는 것은 아니다.

한의학에서는 피부 바깥쪽부터 절제하는 외과적 시술과 달리 ‘뜸’ 시술을 통해 피부 깊숙이 자리 잡은 병변의 탈락을 유도해 제거하는 방식을 취한다. ‘뜸’이 강력한 열감을 전해 냉기를 제거하고 기혈순환을 촉진해 신진대사와 면역력을 강화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사마귀환자들은 무조건 병변부위를 잘라내는 시술부터 생각한다. 물론 즉각적이고 드라마틱한 효과로 눈길을 끌 수 있지만 이런 방식은 병변의 뿌리를 제거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사마귀 절제시술이 나쁜 것은 아니다. 사마귀 절제 후 면역력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치료를 받으면 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방치료는 좋은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생활습관 교정도 면역력 강화를 위해 필수다. 요즘 같은 여름철에는 땀을 많이 흘릴수록 내부 장기의 온도가 떨어져서 찬 음식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

체온이 떨어지면 그만큼 면역력도 약화되기 때문이다. 또한 인스턴트나 패스트푸드는 피하고 대신 잡곡, 채소, 과일 등 균형 있는 식사와 꾸준한 운동, 충분한 숙면, 영양제 등 올바른 식생활습관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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