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재 복
선임기자
월간강원 편집장
정치판에는 두 가지 종류의 철새가 있다. 하나는 진짜 철새인 사람이 있고 다른 하나는 잠시 철새인 척하는 사람이 그것이다.

정치판의 진짜 철새들은 내가 누구인지 정체성이 무엇인지 모른다. 자아상실에 자기도취, 자기사랑의 극치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정신연령 미숙아라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이들은 어제까지 빨강색 점퍼를 즐겨 입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색이라고 자랑하다 오늘은 파랑색이 더 이쁘다고 떠든다. 오히려 주머니 속에 우리 각 정당을 대표하는 모든 색의 깃털을 넣고 다니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잠시 철새인척 하는 정치철새들은 원래 색깔을 버리려고 하지 않고 모임에 따라, 여건과 상황에 따라 슬쩍슬쩍 보여주며 ‘나 곧 돌아가리’를 외친다.

이 두 부류의 공통점은 참 시끄럽다는 것이다. ‘게임(경선)의 룰이 잘못됐다’, ‘내가 자기들(정당)을 위해 어떻게 했는데’, ‘나같은 인재를 몰라주다니’ 자기합리화를 위해 하지 못할 말이 없다.

철새정치인은 흔히 우리나라 정치에서 정강과 이념, 자신의 신념보다는 당장의 이익과 권력을 좇아 쉽게 당적과 소신을 바꾸는 정치인을 통칭한다. 철새정치인은 정치인이 민의보다는 권력욕에 이끌려 정치를 한다는 점과 정치철학이나 신념도 없이 당선과 자신의 입지만을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피곤하다. 어제 외쳤던 사랑의 맹세를 오늘 미움의 화신으로 바꾸어야 하니 우선 자신이 피곤하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도 피곤하다. 철새가 된 이유를 들어줘야 하니 못할 노릇이다. 하긴 최근 연구조사에 따르면 철새가 AI(조류독감) 발생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고 하니 정치철새나 진짜 철새들 모두 ‘취급주의’가 필수적인 것만은 분명하다.

며칠전 새누리당 강릉시장 예비후보였던 한 사람이 새정치민주연합에 입당했다고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으로서는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것이다. 자칫 도내 이른바 ‘빅3’지역 중 하나인 강릉에 2010년에 이어 또 다시 시장후보조차 못 내는가 싶었는데 상대 당 예비후보가 스스로 찾아와 입당을 하겠다고 하니 안아 주고 ‘뽀뽀’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국민 앞에서 다짐했던 ‘새정치’에 대한 각오와 명분은 잠시 접어두어도 된다는 생각뿐 일 것이다. 선거는 정당과 후보자에 대한 유권자의 준엄한 평가다. 그 정당의 정강과 정책이 지역과 주민들에게 현실성이 있는 것인지, 대안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향후 지역발전에 적합한 것인지 등에 대한 평가다.

그리고 그 당을 대표해 출마하는 후보자는 자신의 소신과 철학 위에 만들어진 정책들과 그것을 이루어내려는 추진력에 대해 유권자들에게 검증을 받는 것이다. 당락은 그 다음의 문제다.

아무리 선거가 승자의 게임이라고 해도 자신의 소신과 철학을 하루아침에 바꾸어 오직 당선에만 혈안이 된 사람은 선거에 나설 자격이 갖추어지지 않은 ‘선거 미숙아’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정신적 선거 미숙아’, 즉 철새정치인을 혹여 선거에 출마시키기 위해 입당을 부추겼다거나 또 선거용으로 쓰기 위해 입당을 받아 준 새정치민주연합이라면 ‘새정치’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기 바란다.

새누리당 강릉시장 후보 경선에 출마한 세 분의 후보들 모두 게임의 법칙을 이해하고 그에 따라 경선을 치룬 후 깨끗한 승복과 승자에게 보내는 축하의 박수를 이해하지 못하는가. 집에서 새는 바가지는 들에서도 샌다. 그 바가지를 어디에 쓸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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