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일 권
속초경찰서 수사과장

며칠 전 TV채널을 돌리던 중 고향극장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하는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제목의 코너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 내용은 목포에서 한글학당에 다니는 할머니 6명이 수학여행 차 서울구경을 다녀오는 것이었다.

서울 구경을 가는 할머니들의 평균나이 75세, 같은 한글학당에 다니는 할머니의 부탁으로 서울에 사는 아들에게 파김치를 전달해 주기로 했다.

파김치를 전달하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가는 동안 할머니들은 내릴 장소를 몰라 우왕좌왕하며 떠들다가 옆자리 승객으로부터 “할머니 좀 조용히 하세요”라는 핀잔을 듣고는 “떠들면 경찰이 잡아가 조용히 해”라고 말하고, 어느 지하철역에 내린 후 아들이 근무하는 은행지점을 찾아가는데도 길을 몰라 또다시 갈팡질팡하는 모습들이 화면에 담겼다.

이때 할머니들이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면 훨씬 쉽게 목적지에 도착했을 수 있을 텐데’ 라고 생각하니 안타까웠다. 아직도 나이 많은 어르신들은 일제시대의 순사를 기억해서 그런지 규제하는 경찰만 생각하고, 도움을 요청할 대상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아쉬웠다.

무릇 방송에 출연한 할머니들만 그런 인식을 가지고 있을까? 그나마 어린이나 젊은 층에서는 범죄 피해자가 아니라도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은 많지만 아마도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아직도 규제하는 경찰만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어르신들의 인식 변화를 위해 강원경찰의 ‘孝나눔’이라는 시책은 정말 잘한 것으로 생각된다.

‘孝나눔’이란, 경찰의 일상적인 순찰 중에 어르신들에게 먼저 인사하며 말벗이 되어 주면서 자연스럽게 안위를 확인하고, 범죄 예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렇게 한 번이라도 경찰과 만난 노인들이라면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자연스레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강원경찰은 ‘孝나눔’ 시책을 적극 펼쳐 노인들에게 경찰은 아들 혹은 손자같이 항상 가까이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로 인식의 전환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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