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복
선임기자

의사출신 안철수대표의 실험정신의 끝인가. 아니면 소설가 출신 김한길대표와 만나 쓰다 만 IT 공상소설의 일부인가.

기존 정치와의 차별성, 그리고 야당의 경쟁력과 존재감을 위해 내세웠던 ‘기초단체장, 기초의원 무공천’이라는 대표작품을 흥행실패를 우려해 무너뜨렸다.

출판사가 베스트셀러를 만들기 위해 자비로 책을 사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무엇보다 ‘우리는 약속 안 지키는 박근혜 대통령과 다르다’는 합당·창당 정신이 크게 훼손됐다.

이제 무엇으로 국민들에게 자신들의 차별성과 선명성을 호소할 것인가. 이것이야말로 국민은 관심 없고 오직 정치공학만 남은 ‘오래된 정치’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면서도 ‘국민이 원한다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우기 위해 ‘국민여론조사’를 자신들의 원칙 뒤집기에 집어넣었다. 국민들의 피곤함과 정치 불신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다. 늘 얘기하는 국민과의 소통은 남의 집 말이 돼버렸다.

이런 새정치민주연합의 행태를 백번 양보해 이해하려고 노력한다고 치자. 이번엔 그들이 말하는 국민들이란 수도권과 일부 지역에 사는 사람들만을 의미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강릉만 하더라도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신인 민주당은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의 열풍이 뜨거웠던 2010년 지방선거에서 시장후보조차 못 내더니 이번 2014년 6.4 선거 역시 어느 누구도 이 당의 대표선수로 강릉시장 후보에 나서겠다는 사람이 없다.

‘기초공천’을 결정했으니 혹여 이 당을 대표해 시장후보가 되겠다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겠으나 현재 시점에서 막연한 기대에 불과하다는 것이 여론이다.

이 말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첫째,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강릉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대안정당이 될 수 있을까. 둘째, 이 정당이 지역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내놓아야 할 의무가 있음을 의미한다.

새정치민주연합 강령/정강정책 ‘정치체제 개혁’ 내용 중 ‘지역주의 정당체제를 타파하고,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강화하는 등 다원화된 시민사회와 정치사회 현실을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새로운 정치의 실현을 위하여 여성과 청년 등의 정치참여 기회를 확대한다.

생활밀착형 민생정치를 실천하여 정치가 시민의 생활을 개선하는데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좋은 문구와 내용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합당·창당 후 보여준 행태는 공천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전부다. 그것도 자신들이 해 볼만하다고 여기는 수도권과 충청지역 출마자들의 반발이 거세다는 이유 때문이다.

2개 월 여가 채 안 남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지방자치 본연의 뜻을 더 이상 퇴색시키지 않고 지역발전을 위한 성장 동력, 실천 방안 마련 등은 뒷전이다. 이번 선거에서 어떻게 하면 이길 것인가 그저 승패에 집착한 정치 논리만 양산해 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지역도 지방도 보이지 않고 자치실현에 대한 의지도 보이지 않는 중앙의 논리를 뛰어 넘으려는 강원지역의 후보들도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이 당 강릉시의 어떤 선거캠프는 지역 전문가나 인사를 구하지 못해 중앙에서 파견된 당직자로 캠프의 중심인 사무장을 선임했다는 말도 들린다.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그 말이 사실이라면 명색이 지방선거인데 출마선거구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관련 정책, 발전대안 등을 제대로 만들고 평가를 받으려고 하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지역 경쟁력의 강화가 국가 균형발전과 경쟁력을 완성하는 퍼즐의 첫 번째 답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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