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항 입구에 그리스 산토리니 자그마한 커피전문점

그리스 에게해 남부에 자리잡은 작고 둥근 모양의 화산 군도 산토리니. 칼데라 지형의 아름다운 절경과 밤의 유흥 덕분에 유럽 최고의 관광지로 꼽히는 곳.

강릉시의 동쪽 강릉항 입구에 이 섬의 이름을 빌린 자그마한 커피전문점이 있다. 흰색과 파란색으로 단장한 1층의 자그만 모습은 그리스 산토리니의 건물 하나를 옮겨 놓은듯하다. 주변의 현대식 빌딩과 화려한 장식에 그 소박하고 단아한 아름다움이 더욱 눈에 띤다. 그래서인지 관광객들의 카메라 렌즈는 항상 이곳을 향하고, 홈쇼핑 모델의 배경은 일상이다.

▲ 강릉시의 동쪽 강릉항 입구에 이 섬의 이름을 빌린 자그마한 산토리니 커피전문점. ⓒ 2010 강원신문 / 최원석 기자
하얀문을 열고 들어서면 환한 웃음으로 맞이하는 지귀자 사장님의 따스한 미소, 향긋한 커피향, 심플한 테이블. 긴 여행을 나선이라면 천오백원의 비용으로 충분한 휴식과 맛난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자주 찾는 손님이라면 라면으로 허기를 달랠 수도 있다. 다양한 종류의 음악과 책은 비 오는 날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자 하는 이들의 필수품.

▲ 흰색과 파란색으로 단장한 1층의 자그만 모습은 그리스 산토리니의 건물. ⓒ 2010 강원신문 / 최원석 기자
바다위에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옆에 두고 음악과 커피향에 취해 책장 넘기기를 잊어도 좋은 곳이다. 무엇보다 이 곳의 가장 큰 즐거움은 가슴이 따뜻한 이들의 만남의 장소라는 점이다. 한 두번 들렀다가 단골이 되고 친구가 되고, 이웃이 된다.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하다 인연이 되는 곳.

▲ 환한 웃음으로 맞이하는 지귀자 사장님의 따스한 미소, 향긋한 커피향, 심플한 테이블. 긴 여행을 나선이라면 천오백원의 비용으로 충분한 휴식과 맛난 커피를 즐길 수 있다. ⓒ 2010 강원신문 / 최원석 기자
산토리니의 29일은 특별하고 상징적인 날이다. 주인이 커피숍을 비워두고 한 달만의 외출에 나서면 손님들이 주인이 된다. 손님을 맞이하고 커피를 내리고 빵을 썰고, 커피숍의 일상을 객들이 지배한다. 달라진 것이라면 벽면에 걸린 안내문, 간편해진 메뉴판.

이곳에 들어서는 이들은 3천원을 내고 비슷한 정서와 공감대를 가진 이들과 어울려 소중한 시간을 보낸다. 한 달에 한번 마음이 따뜻한 이들이 내는 이 돈은 다문화가정 돕기에 쓰인다.

다른 나라에서 온 이들이 의지할 곳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식을 접하고 뜻을 같이 한이들이, 주인을 휴가 보내고 정성과 봉사로 기금을 마련해 다문화 가정에 전달한다.

이름마저도 소박한 ‘작은 나눔회’. 처음 찾는 이들도 이들의 취지에 공감하고 웃돈을 내기를 꺼려하지 않는다.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행복감을 담아주는 곳이 산토리니 커피전문점 또 하나의 매력이다.

최원석 기자 cws7390@gwnew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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