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연 상
춘천소년원 교사

보호직 신규 공무원으로 이곳 춘천소년원에 발을 디딘 지도 어느덧 4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이곳에 오기 전 가지고 있었던 막연한 두려움과 편견을 제대로 체감할 새도 없이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 것 같다.

사실 보호직 공무원이 되고자 결심했을 때 소년원에서 근무하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막상 발령이 결정되고 나니 당황스러움이 밀려왔다. 사회에서 소년원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정보는, 비행을 저지른 불량 청소년을 가둬 놓는 그저 수용시설에 불과하다는 것이었고 합격 후 법무연수원 교육을 받으면서도 소년원의 존재 의의, 우리 사회에서 소년원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대해 배웠지만 소년원에 대한 내 기존의 인식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2019년 11월 춘천소년원 청사에 첫 발을 디디고 약 2주간의 수습기간을 거친 뒤 나는 분류보호과 위탁생활관에 배치되었다. 이곳에서 내가 처음 접하게 된 아이들은 위탁소년들이었다. 위탁소년은 9호나 10호 처분을 받은 보호소년과는 달리 최종 처분 전 법원의 임시조치를 통해 약 4주간의 위탁 명령을 받은 아이들이다.

소년원 위탁 기간 동안의 생활태도는 최종 처분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아이들은 비교적 교사들의 지도에 순응하는 편이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내가 위탁생활관에 배치되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가 보호소년 생활관 보다는 위탁생활관이 근무하기 훨씬 수월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풋내기에 불과한 나에게 위탁소년들을 대하는 일 역시 만만치는 않았다. 처음 아이들과 상견례를 할 때도 어색함을 감추기 힘들었고 규칙에 어긋난 행동을 한 상황에서도 적극적으로 지도하기가 쉽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을 통솔해 본 경험이 없는 미숙함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지만 애써 외면하고자 했던 비행청소년들에 대한 두려움이 은연중 작용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4개월여가 지난 지금 아이들에 대한 나의 인식은 변해가고 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지도방식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고 개개인에 대한 성장 배경이나 성격, 생활태도 등을 통해 아이들에 대해 점차 알아가면서 그들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좀 더 앞서게 되었다.

특히 아이들을 단체로 지도할 경우에는 아무래도 훈련소 조교와 같은 자세를 취해야 할 경우도 있어 거리감이 생기기도 했지만 한명 한명과 1대 1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아무래도 그들의 속내를 들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기 때문에 친밀감을 형성하는데 훨씬 도움이 되었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아이들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동기가 형성된 것 같다.

흔히 사람들은 비행청소년의 성장배경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불우한 가정환경, 불성실한 학교생활, 불건전한 교우관계 등이다. 물론 춘천소년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아이들의 상당수가 이 항목에 해당 된다. 하지만 그런 배경만을 잣대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부정적인 환경에 노출되어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성장할 때까지 수수방관했던 우리 사회에 더 큰 책임이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그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을 것이다. 나 역시 바깥 세상에 있을 때는 비행청소년들에 대해 어떠한 부채 의식도 가져본 적이 없다. 하지만 소년원 근무를 시작하면서 아이들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고민을 하게 되었다.

소년원은 비행청소년들에 대한 사회적 책무를 국가가 국민을 대신하여 수행하는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 소속의 교육기관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비행청소년들을 일정 기간 동안 사회로부터 격리시켜 놓는다는 개념에서 벗어나 그들이 앞으로 사회의 정상적인 한 구성원으로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할 막중한 책임과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깊이 파고든다.

바람이 제법 차다. 바람을 친구삼아 운동장에서 열심히 뛰는 아이들. 늘 한결같이 어제, 오늘, 내일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 코로나19로 인해 모두가 힘든 시기, 면회를 비롯해 모든 외부활동이 중지되었지만 누구보다 밝은 모습으로 꿋꿋하게 일상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우리 춘천소년원의 저력과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느낀다. 그리고 밭을 탓하지 않는 농부처럼 늘 깊고 따뜻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품고자 하는 우리 춘천소년원 선생님들의 진심이 이를 극복해 나가는 원동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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