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덕 만
국민권익위 초대 대변인
청렴교육 전문강사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3년이 되었다. 10 여 년에 걸쳐 우여곡절 끝에 제정된 청탁금지법은 2016년 9월 28일 발효되었으니 세 돌을 맞은 것이다.

공직자(공무원+공직유관단체 임직원)는 물론이고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사임직원 배우자 공무수행사인 등이 이법 적용대상이다. 어림잡아 1천1백여 공공기관에 6백 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청탁금지법 운영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3년 동안 위반신고는 1만4천1백건에 이른다. 이 중 1백81건이 위법행위로 판단돼 형사처벌·징계부가금 등 제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수사나 과태료 재판 중인 사건은 346건에 달해 향후 제재 대상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조사가 진행 중인 신고는 3589건에 이른다. 1만 4천1백건 가운데 유형별로 부정청탁 3765건(26.7%), 금품 등 수수 1926건(13.7%), 외부강의 등 8409건(59.6%)인 것으로 나타났다. 법 시행 초기에는 금품 등 수수와 외부강의 관련 신고가 많았지만 지난해 상반기부터는 채용비리와 관련해 부정청탁 신고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공개한 위반사례를 몇 개 들여다보자. 자녀가 공직자인 부모를 통해 시험감독자에게 채용시험 답안지를 보완할 기회를 청탁하고 답안지를 재작성해 과태료(자녀, 부모)와 벌금(시험감독자 2인) 처분을 받았다. 또 특정 부서로 직원의 전보발령을 청탁한 사건과 학부모가 공직자에게 자녀의 입학을 청탁해 정원 외 입학을 시킨 사건에 대해 각각 과태료 처분이 내려졌다.

금품수수 사례로는 공직자가 업무와 관련해 알게 된 기관 임직원에게 식사를 제공받은 사건과 수탁기관에서 심사담당 공직자에게 선물을 제공한 사건에 대해서도 각각 제재가 이뤄졌다. 외부강의의 경우 공직자가 1년간 29회에 걸쳐 1740만 원의 초과 사례금을 수수한 사건과 공직자가 사전 신고 금액과 달리 40만 원의 초과 사례금을 수수한 사건 등이 적발됐다.

청탁금지법 3년 시행으로 나타난 보완 과제 몇가지를 지적한다. 청탁금지법 입법 당시 빠트린 민간에 대한 부정청탁과 이해충동 방지 조항을 서둘러 보완해야 한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에 대한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등을 규제하고 있는데 민간에 대한 부정청탁 제재 조항이 미흡하다.

지난해 공직자행동강령(대통령령)에 일부 포함됐지만 형사처벌 등 징벌조항이 미미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해충돌방지와 관련 지난 7월 법안이 입법예고되긴 했으나 국회에서 제대로 심의가 될 지 심히 걱정된다. 이해충돌방지가 별도 입법화되면 국회의원 등 정치인에 대한 이해충돌 범죄가 가장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해충돌이란 공직자로 한정하면 공직자 자신의 사익과 연고관계 등이 개입돼 공정·청렴한 직무수행을 어렵게 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해충돌이 관리되지 못하면 부패행위로 직결될 수 있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해충돌 방지법을 시행하고 있다.

청탁금지법 준수가 상대적으로 무딘 곳으로 정부업무를 위탁 및 수탁하는 민간단체 및 기업들이 지목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부업무를 대행하는 직능별 협회·연합회·조합·민간연구원 등에서 의무화된 청탁금지법교육 실시가 낮은 편이다. 일부 공직자들의 접대성골프, 공용물(자동차)의 사적 이용, 강의료미신고 등도 드러나고 있다.

이같이 ‘작은 부패’는 사회전반의 청렴성과 국민적 투명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사라질 것이다. ‘내 식구 감싸기’ 논란을 빚기도 하는 감사·지도·감독·사법기관의 엄격한 법 집행도 수반돼야 함은 물론이다. 법 시행 초기다 보니 법조문 해석상의 혼란도 잔존하고 있으나 판례가 쌓이면서 해소될 것이다.

어쨌든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우리사회는 참으로 많이 달라졌다. 특히 공직사회에서 각자내기(더치페이)와 공적(公的)·사적(私的) 구분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학교에 강의갔더니 선생님과 학부모 사이에서는 새우깡이나 캔커피도 수수하지 않았다. 갑질문화 청산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청탁금지법은 이제 연착륙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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