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호법’ 시행 첫날부터 음주운전 사고 잇따라…“한 두잔은 괜찮다”는 인식부터 변화해야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알코올은 중추신경계 억제제로 작용해 뇌의 기능을 떨어뜨려 사고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사진제공=다사랑중앙병원>

【강원신문】황미정 기자 = 12월은 연말 회식과 송년회 등으로 술자리가 잦을 때다. 그만큼 음주운전의 유혹도 큰 시기다. 최근 음주운전이 살인행위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12.18일부터 ‘윤창호법(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시행 첫날부터 만취한 운전자가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등 음주운전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술을 마셔도 단속기준에 못 미쳐 훈방되는 사례 역시 빈번하게 일어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처벌 강화뿐만 아니라 “한 두잔은 괜찮다”는 음주행태에 대한 인식 변화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현재 음주운전 단속기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5%에 달하는 음주량은 성인 남성 기준 소주 2잔 반을 마신 후 1시간 정도 지난 경우에 해당된다. 지난 12월 7일 국회를 통과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0.03%로 단속기준이 강화돼 소주 한 잔만 마셔도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법안은 공포 6개월 뒤인 내년 6~7월께나 시행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내과 전용준 원장은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술에 포함된 알코올은 중추신경계 억제제로 작용해 뇌의 기능을 떨어뜨려 사고의 위험을 높인다”며 “특히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제대로 된 판단이나 대처가 어려울 수 있으므로 운전을 할 거라면 술잔은 입에도 대지 않는 문화가 먼저 정착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음한 다음날 운전대를 잡는 숙취운전 역시 음주운전만큼 위험하다. 잠을 자고 나면 술이 깬 것처럼 느껴지지만 몸속에서는 알코올이 여전히 분해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국내 한 연구에 따르면 소주 1병을 마신 경우 최소 8시간이 경과해야 혈중알코올농도 0.05%를 벗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원장은 “알코올은 마신 술의 양에 따라 일정 시간이 지나야 분해되는데 수면을 취할 때는 신체의 신진대사 활동이 감소해 오히려 깨어있을 때보다 알코올 해독이 더 느리게 진행된다”며 “체내에 남아 있는 알코올로 인해 판단력이나 주의력이 떨어져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술을 마신 다음날에는 대중교통이나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문제는 음주운전을 해도 단속에 적발되거나 사고의 경험이 없으면 상습적으로 음주운전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실제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음주운전 재범률은 무려 44.7%에 달한 만큼 습관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용준 원장은 “반복적으로 음주운전을 해온 사람이라면 음주운전 행위에 대한 처벌뿐만 아니라 잘못된 음주습관을 바로 잡고 음주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수 있는 전문적인 알코올 치료와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전 원장은 “단 한 잔만 마셔도 음주운전이라는 인식 전환과 음주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필요하다”며 “술자리가 잦은 연말연시에는 음주운전의 위험이 더욱 큰 만큼 주변에서 관심을 갖고 음주운전 근절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움말-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내과 전용준 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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