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재 학
동북지방통계청 농어업조사과장

21세기 우리나라 농부들에게 농한기는 없다. 한해 농사가 끝나도 쉬지 못한다. 내년 농사를 위해 종자를 고르고, 밭을 정리하며 새봄을 기다린다. 지난해의 날씨와 작황은 어땠는지, 소출은 많았는지, 파는 데 문제는 없었는지 되돌아볼 여유가 없다.

농업인은 시작부터 많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작황이 좋아서 많은 소출을 얻어도 가격폭락을 염려해야 한다. 대체적으로 농업인은 다른 산업종사자들에 비해 경쟁력도 낮고, 정보 활용도 둔감한 편이다.

자연히 판매 문제도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같은 농산물을 생산해도 직거래를 통해 최상의 상태로 판매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냉동 창고에 팔지 못한 과일을 쌓아두고 무작정 산지수집상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농가는 줄어들고, 고령화가 진행된 지 오래되었다. 일부 기계화와 영농규모 확대가 이뤄졌다지만 여전히 농가의 주류는 노동집약적인 소농이다. 자가소비하고 남는 농산물을 팔아 생활비와 학비에 보탠다. 소농의 경우 대량생산이 어려워 경쟁력이 취약하다. 때문에 중간상인들의 먹잇감이 되기 쉽다.

그렇다고 우리의 농촌농업이 예전의 모습으로 정체되어 있는 것만은 아니다. 소농과 자급농사의 다른 한편에서 우리의 농업도 급격히 전문화되고, 상업화가 날로 진전하고 있다.

동북지방통계청에서 발표한 기획보도자료 [최근 10여 년의 경상북도 농가구조와 농업경영의 변화]에 따르면 경상북도 농가수와 농가인구는 지난 10년 사이 각각 11.7%, 19.4%씩 줄어들었다. 농가경영주의 3/4 이상은 연령이 60대 이상이다. 한편으로 귀농가구와 다문화농가는 전국 대비 18.3%, 19.2%를 차지하여 전국 시도에서 비중이 가장 높은 편이다.

농가를 구성하는 요소들과 도시민의 농업에 대한 기대수요의 변화는 농업인의 의사결정에 가장 중요한 인자이다. 쌀농사 위주의 영농 형태에서 과일과 육류 소비의 증가에 발맞춘 변화도 우리 농가들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과거 생산에만 집중되던 농사일이 유통 판매를 염두에 두고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경상북도 농업이 선도하고 있는 분야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농산물 가공판매를 담은 6차산업 육성이 그러한 사례다. 잼과 주스를 만들어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는 사업을 경영하고 있는 누군가가, 내가 냉동 창고에 쌓아두고 미처 팔지 못한 과일을 소비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연간 농축산물 판매액이 1천만 원이 채 되지 못한 농가가 60%를 넘는다(2017년 경상북도 기준). 판매액 기준으로 우리 집이 그 어디에 속하는지도 중요한 의사결정의 방향을 제시해준다.

농사를 바로 짓고 성공적인 영농을 위해 필요한 대부분의 기본 정보가 통계청에서 실시하고 있는 농림어업조사에 들어 있다. 농림어업 가구와 경영변화 전반을 파악하기 위해 농림어업조사는 매년 12월 1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된다. 조사 결과는 우리 농어가, 학계 및 연구기관, 정책입안자들에게 제공되어 농림어업을 위한 정책과 농업경영 분야에 두루 활용된다.

한 해 농사를 짓기 위해 농한기에 종자와 밭을 장만하는 일에서 이제는 통계자료를 살펴보는 일도 추가하여 농사의 방향 설정을 위한 정보를 얻어야 미래에 대비할 수 있다. 농업, 농촌을 둘러싼 변화는 계속될 것이다. 21세기 농업인의 경영흐름과 방향을 정하기 위해서는 통계자료 활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식량안보, 전통문화, 환경자원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농업과 농촌을 지키기 위해서는 통계에 주목하여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하고 그 흐름을 타고 나가야 한다.

통계청에서는 국가의 주요 산업, 고용과 물가, 사회 분야는 물론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낮은 농어업에 이르기까지 국가의 기본통계를 생산하고 있고, 이를 위해 폭넓고 많은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특히, 동북지방통계청 농어업조사과에서는 대구, 경북, 강원의 농업면적조사, 농작물생산조사, 양곡소비량조사, 농가경제조사, 어가경제조사 등의 고품질 농업통계 자료 생산을 위해 애쓰고 있다.

농어업 성장의 밑거름이 되고, 정책의 기초자료가 되는 농어업부문 통계조사에 대해 농업인들의 관심과 격려 그리고 많은 협조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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