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성 진
한국환경공단 강원지사 제도운영팀 대리

지난 몇 년간의 더위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살인적인 무더위로 일상생활마저 힘들 정도로 고초를 겪고 있는 요즘이다. 지난 1994년 폭염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다못해 그것을 능가하는 이번 더위는 정부에서도 그 위험성을 인지하여 ‘자연재해’로서 인정하며 국가적 관리부터 피해 보상에 대한 법적 근거도 마련할 방침이라니 이제는 ‘以熱治熱(이열치열)’이란 말도 옛말이 된 듯하다.

특히, 이번 폭염의 주된 요인은 ‘열돔현상(Heat Dome)’이라 분석되는데, 이 열돔현상은 뜨겁게 달궈진 공기가 외부 지역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그 열에너지가 특정 지역에 고립되고 누적되어 고온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즉, 다시 말하면 지구 곳곳에서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에너지의 대류 현상이 지역적으로 고립되고 순환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서 이상 기후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열돔현상은 비단 우리 대한민국에만 국한되어 발생하지 않는다. 올해만 해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지난 6일 최고기온 42.2도를 기록했으며 일본에서는 지난 18일 기후현 다지미가 40.7도, 미노시가 40.6도를 기록했다. 노르웨이 트론헤임은 16일 32.4도로 평년 기온 15~21도를 크게 웃도는 사상 최고의 기온을 기록했으며 핀란드 남부 투르크도 1914년 이후 최고인 33.3도를 나타냈다. 이에 캐나다에서는 최소 90명, 일본은 50명, 우리나라 10명 및 온열환자 1000명 초과등 세계 곳곳에서 인명피해도 추가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의 원인 규명이 진행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가장 설득력 있게 인정되고 있는 것이 바로 ‘지구 온난화 현상’이다.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받은 에너지의 일부를 수증기, 이상화탄소, 메탄 등과 같은 온실기체로서 필터링하고 필요한 만큼의 에너지만을 지구에 남기고 나머지 에너지는 다시 우주로 방출하여 일정 수준의 온도를 유지하게 된다.

그러나 산업발달 및 소비문화 확대로 인한 화학적 에너지(석탄, 석유, 목재 등)의 사용 급증으로 이러한 온실기체의 발생이 많아짐으로써 에너지 평형상태가 붕괴되었다. 또한, 화석 연료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하는 생활구조상 지구 자체에서 발생하는 열에너지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갇혀있는 열에너지가 지구 전체의 온도를 높이게 되는 원인이 된 것이다. 결국,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폭염의 고통은 우리가 만든 열 때문일 수도 있다는 말이 되는 셈이다.

이러한 환경적 위기의 순간이 느껴질 때마다 우리는 ‘환경보전’과 ‘자원절약’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며 공동의 노력이 필요한 필수불가결한 의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지금의 무더위 속에서 에어컨 온도를 더 낮추고 있지는 않은지, 냉장고 문을 수시로 여닫고 있지는 않은지, 몇층 되지 않는 계단을 엘리베이터로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지는 않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행동’하지 않는 ‘구호’는 이러한 무더위를 이겨내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앞으로도 무수히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환경적 위협에 아무런 방어책이 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너무 덥고, 너무 추운 것이 단순한 날씨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生(생)과 死(사)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다는 것을 인지해야만 한다.

저작권자 © 강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