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관 석
강원지방병무청장

4월의 한반도는 어느 때보다 따뜻한 봄바람이 불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은 대회 자체로도 성공적이었으며, 북한의 올림픽 참가로 풀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남북관계의 물꼬를 튼 계기도 되었다. ‘봄이 온다’는 제목으로 펼쳐진 평양공연에서 실향민 부모의 사연을 노래로 부르는 남쪽의 가수도, 듣는 북쪽의 관중도 눈시울이 붉어졌던, 2018년 4월의 한반도는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하다.

전 세계가 놀란 이번 성과는 우리 정부의 다방면 노력에 기인한 것이지만, 안보에 대한 근본적인 자신감이 없었다면 불가능하였을 것이다. 자신감의 원천은 당연히 병역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 온 대한민국의 국민들이다.

휴전상태의 나라에서 병역이행은 두렵고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 국민들은 ‘내 조국은 내가 지킨다’는 신념으로 병역의 의무에 매진하고 있다. 일부 사회지도층의 병역면탈 의혹이 제기 될 때마다 성실히 병역을 이행한 우리 소시민들의 모습은 더욱 빛을 발하게 되었으며, 세대를 거치며 지속되어 온 병역이행의 역사는 할아버지로부터 아버지로, 아버지에서 아들로 이어지는 『병역명문가』를 탄생시켰다.

병역명문가 선양사업은 이런 병역이행자의 명예를 기리고 병역이 자랑스러운 분위기 확산을 위해 2004년부터 병무청에서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가문이 신청하여 전국적으로 714가문 3,781명(강원도 61가문, 279명)이 병역명문가로 선정되었다. 2004년도 40가문에서 시작된 병역명문가는 2018년 4,637가문 23,334명으로 비약적으로 늘어났으며 병역명문가 선양사업에 대한 인지도도 높아지고 있다.

강원도는 군사접경지역이라는 지리적 특수성으로 인해 안보의식이 다른 지방에 비해 투철하다. 전국 인구대비 2.9%의 강원도에서 선정가문수로는 8.2%를 차지하는 것으로도 알 수 있으며, 매년 큰 폭으로 증가되고 있다.

늘어난 가문 수만큼 사연들도 다양하다. 올해 강원도 병역명문가문 중에는 6. 25. 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1대 할아버지, 남편을 잃은 충격으로 2년 만에 세상을 떠난 할머니로 인해 초등학생의 몸으로 어린 동생을 데리고 어려운 시기를 이겨나가며 월남전에 참전한 2대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본받아 성실히 군복무를 마친 3대 두 아들, 조만간 4대 손자가 병역판정검사를 앞두고 있는 대한민국 병역이행 역사의 산 증인 가문이 있다.

매년 다른 사연을 지니고 오시는 병역명문가분들을 마주할 때마다 주변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오직 나라를 위해 병역이행을 다해주신 우리 국민들에게 감사하게 된다. 특히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나라에서 인정해주니 되려 고맙다고 말씀해주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나라사랑 희생정신』의 깊이를 감히 가늠할 수 없다.

병역명문가로 선정된 가문에게는 병역명문가 증서와 패, 명문가증을 수여하여 명예심을 높이고, 시․군에서는 『병역명문가 예우에 관한 조례』제정, 전국 국․공립 및 민간시설 이용 면제․할인, 군 복지시설 이용 등 다양한 우대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강원병무청은 2017년 전국 최초로 강원도와 함께 추진한「명문가 문패달아주기」사업에 이어 지난 3일 상지대학교부속한방병원과 명문가 의료혜택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하였다. 명문가 중 1대와 2대의 경우 고령자가 많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도 있어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병역명문가 지원사업에 대한 법적근거 마련과 체감할 수 있는 혜택 발굴 등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남아있으나, 날로 높아지는 지역사회의 관심과 참여기관의 확대로 병역명문가 선양사업의 앞날은 밝다. 전 국민이 모두 병역명문가가 되는 그 날을 고대하며, 가족과 국민의 안전을 위해 묵묵히 병역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미래의 병역명문가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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