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강원신문】신효진 기자 = 2018평창동계올림픽이라는 지구촌 축제를 계기로 수많은 손님들이 강원도를 찾는다. 강원도는 전 세계에서 찾아올 손님들을 위한 푸짐한 밥상을 차렸다. 호수에는 달을 띄우고 해변에는 일출보다 뜨거운 모닥불을 지폈으며 산에는 별을 걸고 곳곳의 무대마다 풍악이 멈추지 않게 했다. 올림픽이라는 축제 기간 동안 도시 곳곳은 거대한 문화 테마 파크가 될 예정이다.

그런데 손님맞이 방법이 특별하다. 미디어아트쇼 청산별곡은 칠성산 강릉솔향수목원에서 펼쳐진다. 손님을 밝고 따뜻한 곳에서 편안하게 접대해야 마땅한데, 오히려 어둡고 추운 산으로 불러들여 두 다리로 한 시간 내내 걷게 만드는 것이다. 대체 손님에게 무엇을 맛보여주고 싶어 차린 밥상인가?

여기엔 강원도 사람들의 진솔한 삶이 담겨 있다. 논을 일굴 수도, 통행하기도 어려운 거대한 산맥에 가로막힌 삶.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외지인들의 시선일 뿐, 강원도 사람들에게 ‘산은 오로지 삶의 터전’이었다. 봄이면 나물을 캤고 여름이면 계곡물에 물고기가 튀어 올랐다. 가을엔 나무에 맺힌 열매를 따먹으며 살았고 겨울이면 황태와 시래기가 맛있게 무르익었다. 산이 베푸는 은혜는 풍족함은 아니었지만 부족함도 아니었다. 딱 필요한 만큼, 딱 이로울 만큼 얻을 수 있는 삶에 강원도 사람들은 익숙했다.

강원도는 추운 겨울 숲이 아니라 삶의 본향에 손님들을 초대한 것이다. 가장 강원도답게, 강원도 사람들 스스로가 삶 속에서 느꼈던 일상을 그대로 손님에게도 전해주려고 자기 삶의 터전으로 부른 것이다. 그것이 미디어아트쇼 청산별곡이 차린 강원도 밥상이다.

미디어아트를 구현하고 감상하기에 최적의 장소는 당연히 실내 전시실이다. 그럼에도 자연광과 날씨라는 어려움을 극복해야하는 ‘산’을 장소로 정한 것은 이 밥상의 메인메뉴가 미디어아트가 아닌 ‘산’이라는 걸 알려준다. 미디어아트는 손님들이 강원의 산과 소통하게 해주는 통역이자 산이라는 주재료를 더 맛깔스럽게 꾸며주는 양념이다. 손님들은 미디어아트를 통해 ‘중첩으로 어우러진 강원의 힘과 투박한 강원인의 본질’을 만날 것이다.

차안과 피안의 경계를 상징하는 게이트를 지나면 새하얀 메밀밭이 펼쳐진 산촌이 나타나고, 두 개의 달이 떠있는 태백광장, 산의 숨결은 오브제로 만들어진 동물들과 의연하다.

사슴과 함께 산에 오르면 어릴 적 화로 앞에서 듣던 할머니 옛날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천상의 별빛과 지상의 별빛이 섞이는, 저 먼 산. 아스라한 선조의 미학을 느끼는 무위자연의 감동이 밀려온다.

하산길에서 만나는 숲속의 랩소디! 숲이 속삭인다. 세련되지 않은 강원의 매력은 정답고, 묵직하다. 숲을 나서며, 다시 강원이 새삼스럽다.

겨울철 야밤의 산행은 분명 호불호가 갈리는 콘텐츠다. 하지만 청산별곡의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겨울, 밤, 산행, 이 세 가지를 요소를 반드시 함께 체험하라고 권하고 싶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골라먹는 재미를 주려는 게 아니다. 청산별곡은 고집스럽게 본토의 맛으로 봐주길 권한다. 일단 한 번 맛을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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