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철 재
경동대 교수, 이학박사

우선 질문부터 던진다. 여러분은 유일한 우리 지역대학의 생존발전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대부분 지방대처럼 우리 지역대학도 매년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필자는 80년대 후반부터 30년 동안 이런 어려움을 직접 경험했다. 어느덧 세월이 재직교수 중에 몇 남지 않은 산증인으로 만들었다. 대학생존을 위해 청춘을 바쳤다.

그러나 대학이 살아남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가 이제 시작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내년 학생모집을 위해 보름 전 아주 특별한 협약식을 주선했다. 토성면에 있는 주니어축구리더를 육성하는 J-스포츠와 경동대 간 가족기업협약을 맺게 했다. 국가대표를 다수 배출한 임종헌감독의 JLFC가 대학진학의 기회를 제공하려는 계획을 경동대 신입생으로 연결하는 노력이다. 현재 인근 초중고에 20명이 재학하고 있으며, 내년 대학FC를 계획하고 있어서 편입생도 가능해 재학률에 상당한 보탬이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원래 동우대 교수이다. 2013년 통합되면서 경동대 교수가 되었다. 지금도 동우대를 생각하면 안타까움이 많다. 지리적 변방의 최북단 대학, 입학자원은 턱없이 부족했다. 매년 전체교수가 겨울방학을 반납하고 신입생모집에 전념했다. 입학식전날, 신입생 관광버스 20대가 미시령을 넘어오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6시간 걸려 인근콘도 숙소에 학생들이 무사히 도착해야 치열했던 입시대작전이 끝났다. 이런 학생들을 부지런히 가르치면 취업처 개발을 위해 교수들은 오징어와 황태를 둘러메고 명란젓을 들고 서울여의도 산업체를 누벼야 했다.

서울학생이 절반을 넘었다. 도시학생들이 학사평 칼바람에 놀라고 낯선 지역생활에 적응 못해 자퇴하면 가슴이 메어졌다. 학생 자취방은 전국에도 없는 선월세를 다달이 까는 깔세였다. 반상회가 끝나면 깔세가 올라갔다. 자취방 임대업자는 관광객 민박을 위해 기말고사가 끝나기도 전에 자취방을 빼게 했다. 갈 곳 없어하는 연변동포유학생을 아내를 설득하여 2달간 우리 집에 기거하게 했다. 그 일이 고마웠던지 지금도 스승의 날에는 어김없이 연락이 온다.

2000년 중반부터 학생미달이 더욱 심각했다. 필자 학과는 야간직장인반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했다. 학과교수들을 타 학과로 뿔뿔이 흩어 보내고 원로교수님과 둘만 남았다. 2004년부터 원주문막캠퍼스를 계획했지만 지역반대에 부딪혔다. 10년 세월을 허송했다. 선출직들은 삭발까지 했다. 당시 모시의원에게 어려운 학생모집을 위해 교수들과 홍보활동을 함께 할 것을 제안했었다. ‘지역대학 살리기에 시의원들이 나섰다!’ 얼마나 멋지냐고 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결사반대하는 이들에게 우리대학에 과연 몇 명의 자녀를 보냈는지도 묻고 싶었다.

그 때마다 주민대표는 학교부지반납 현수막을 걸었다. 수십 년 학생들이 지역경제에 끼친 긍정적 계산은 없었다. 동우대생들이 연간 80억씩, 30년간 2400억 원은 보탰을 것이다. 지역주민들이 받은 대학고등교육의 수혜는 금액으로 환산이 불가하다. 바가지 대신 친절로, ‘똥대’라는 놀림 대신에 격려와 배려로 학생들을 대했더라면 졸업생 4만 명 가운데 5%만 정착해도 지역인구증가의 플러스요인이 얼마인가? 외지학생들을 지역발전의 동력으로 인식하기보다는 만만한 소비자로만 생각하는 주민들의 표피적인 계산에 실망이 적지 않았다.

내년 시작되는 인구절벽은 대학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 대학은 지금 모든 구성원이 대학구조개혁평가 준비로 비상근무 중이다. 이제 대학의 존립과 발전은 대학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글로벌캠퍼스 편제학과에 학생들이 차고, 외국학생들로 북적이게 하는 것은 오히려 지자체와 지역주민의 몫이다. 대학의 열매만 따는, 학생들의 낙전에만 관심 있는 주민의식수준으로는 아니 된다. 동우대를 거울삼아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필자에게는 손주가 둘 있다. 평생 재직했던 대학을 자랑하는 할아버지가 되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새벽을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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