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주 혜
동명초등학교 교사

추운 겨울 아침에 흰둥이가 누고 간 ‘강아지 똥’, 처음 세상에 나온 강아지 똥은 ‘너는 우리에게 아무런 필요가 없어’라는 비난을 듣게 되고 상심한다. 강아지똥은 밤하늘을 수놓은 별을 보며 자신이 쓸모 있는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봄비가 지나간 뒤 강아지 똥은 놀랍게도 자신이 필요하다는 어린 새싹을 만나게 된다. ‘너의 몸뚱이를 고스란히 녹여 내 몸 속으로 들어와야 해. 그래서 예쁜 꽃을 피게 하는 것은 바로 네가 하는거야’ 강아지 똥은 자기 자신의 온 몸을 녹여 새싹을 껴안고 그대로 거름이 되어 별처럼 빛나는 샛노란 민들레 꽃을 피워냈다.

5월 17일은 이 글을 쓴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님의 기일이다. 권정생 선생은 1937년 일본 도쿄의 빈민가에서 태어나 광복 직후인 1946년 외가가 있는 경북 청송으로 귀국해 가난 때문에 경북 일대를 떠돌다 안동시 일직면 조탑동의 마을 교회 문간방에서 살며 종지기가 된다.

그는 아동문학상 수상 이후 유명해진 이후에도 검소한 삶을 살았으며 인세 또한 어린이들을 위해 기부하여 세상을 떠날 때 자신의 것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그가 쓴 동화는 전쟁 후유증에 시달리는 사람들, 변두리로 밀려난 사람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였다. 동화가 왜 그렇게 어둡냐는 질문에 그는 “그게 진실이기에, 아이들에게 감추는 것만이 대수는 아니지요. 좋은 글은 읽고 나면 불편한 느낌이 드는 글입니다.”라고 답변하였다.

필자 또한 교사로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교육을 할지 고민을 많이 한다. 아이들이 우리사회에 밝은 면만 보고 배웠으면 정말 좋겠지만 아이들의 올바른 역사관과 나라사랑 의식 함양을 위해서 권정생 선생님의 말처럼 우리 사회의 아픔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일환으로 병무청에서 주최하는 제7회 어린이 그림·글짓기 대회를 아이들과 함께 참여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상을 타기 바라기 보다는 6.25전쟁으로 인한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아픈 현실과 이에 따른 병역의무의 필요성, 현재 우리나라를 지키는 군인에 대한 감사함 등을 조금이나마 마음으로 느꼈기를 바란다. 또한 병역이 자랑스러운 사회분위기 조성을 위해 시행되는 어린이 그림·글짓기 대회가 목적이 변질되지 않고 순수한 아이들의 나라사랑하는 마음이 오래도록 전달되도록 번창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평생 검소하게 살며 어린이들을 위했던 권정생 선생과 그의 작품이 우리들 마음속에 별이 되었듯이, 필자 또한 항상 우리 아이들이 세상의 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교사가 될 것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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